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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인도인 보노짓 후세인 폭언 사건:
지배자들의 차별 정책과 마녀사냥이 만든 인종 차별

최근 인도인 보노짓 후세인 씨가 한국인에게 당한 폭언 문제로 한국의 인종 차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7월 10일 밤에 버스를 타고 가던 후세인은 한국인 남성 박 아무개한테 “너 냄새나, 이 더러운 새끼야” “Fuck you” 따위의 심한 욕설을 들었다. 박 아무개는 후세인 씨와 같이 있던 동료 여성에게도 “넌 뭐야? 조선년 맞아?” “조선년이 새까만 자식이랑 사귀니까 기분 좋으냐” 따위의 폭언을 퍼붓고 발로 밀기도 했다.

후세인과 동료 여성이 참다못해 박 아무개를 경찰서로 데려갔지만, 경찰의 반응은 미온적이기 짝이 없었다. 박 아무개는 경찰서에서도 욕설을 멈추지 않았지만 경찰들은 피해자들에게 도리어 ‘화해’를 요구했다.

보노짓이 “내가 백인이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하자 경찰은 “한국에는 그런 인종 차별은 없다”며 계속해서 합의를 종용했다.

인종 차별은 단지 개인의 편견 문제가 아니다. 차별을 부추기는 정부와 보수 언론에 맞선 항의 운동이 필요하다.

심지어 경찰은 후세인의 신분을 의심하며 외국인등록증을 확인 조사하고 후세인에게 반말을 쓰기도 했다. 후세인은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로 한국에 머물러 왔다. 어처구니없게도 후세인은 모욕죄로 박 아무개한테 고소당했다.

사건 뒤 성공회대학교,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다문화가족협회,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성·인종 차별 대책위’를 구성했다. 대책위는 가해자 사법처리와 경찰관들의 대응에 대한 국가인권위 조사, 해당 경찰관 징계, 경찰 책임자 사과, 외국인과 이주자 고용·초청·상대하는 모든 기관에 성·인종 차별 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에 감춰진 인종 차별 문제를 공론화하고 성 차별과 관련성을 부각하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는 인종 차별이 없다”고 생각한다. 진보 진영에서조차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그러나 한국에도 인종 차별이 심각하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개봉해 화제를 모은 영화 〈반두비〉 출연자 마붑 알엄 씨와 제작자는 영화 개봉 전부터 ‘죽여버리겠다’는 협박 전화에 시달렸다.

거리, 학교, 직장 등 곳곳에서 피부색과 국적 등에 따른 차별과 천대가 벌어진다. 특히 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 출신들이 지독한 편견과 차별, 천대에 시달리기 십상이다. 영어학원이나 방송에서 흑인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개도국 출신들은 욕설을 듣거나 협박을 당하거나 심지어 폭행을 당하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학교에서 또래 아이들에게 ‘검둥이’ ‘원숭이’ 라고 놀림을 당해 학교에 가지 않으려 한다는 부모들의 얘기도 많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인종 차별 문제는 단순히 개인들의 편견이나 태도의 문제만은 아니다. 외국인들은 체류·거주·고용·임금 등에서 한국 정부의 체계적인 규제를 받고 이것은 차별로 이어진다. 특히 미숙련 외국인노동자들일수록 차별이 극심하다. 작업장 이동의 자유조차 없는 고용허가제와 미등록자에 대한 야만적 단속은 그 예다.

제도적 차별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노동자의 대부분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개도국 출신이기 때문에 이런 제도적 차별은 흔히 개도국 출신 사람들에 대한 인종적 편견을 심어 준다.

인종적 편견은 법무부의 미등록자 단속 때에도 나타난다. 신원과 소재지가 분명하다고 해도 개도국 출신 미등록노동자들은 강제추방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미국과 일본 출신은 ‘출국 권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2004년 법무부 통계를 보면 중국, 아시아(일본 제외), 아프리카 출신 미등록자들의 강제 추방 비중(30~40퍼센트)이 미국과 일본 출신 미등록자의 경우(1~2퍼센트)보다 훨씬 높았다.

인종 차별에서 특히 동남아시아나 서남아시아 출신이 표적이 되는 것은 1990년대 이래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과 추방을 강화해 온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법무부와 출입국관리국 단속반들은 마취 총을 쏘고 그물을 던지고 공장과 기숙사를 불시에 덮치는 등 온갖 야만적인 방식을 사용한 단속으로 이주노동자들을 심각한 부상과 사망에까지 이르게 했다. 또, 가족들을 생이별하게 만들기도 했다.

한국 정부와 보수 언론들은 야만적인 단속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온갖 혐오를 부추겼다. “외국인 에이즈 확산 비상”, “기승을 부리는 외국인 범죄” 등 공포를 부추겼다. 지난해 초 필리핀 이주노동자가 여중생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MBC, 〈세계일보〉, 〈연합뉴스〉, 《월간 조선》 등 주류 언론까지 나서 외국인 범죄에 대한 공포를 자극했다. 외국인의 범죄가 확률·통계상 한국인보다 훨씬 적게 일어나는데도 말이다.

공중파 방송과 주류 언론들까지 마녀사냥에 가세하면서 지난 몇 년 새 ‘불법체류자추방운동본부’ 같은 극우들이 설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쓰레기 같은 글들을 올리는 것을 넘어 거리에서 단속 촉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2001년 이후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한국 정부가 동참한 뒤부터는 외국인들을 “테러리스트”로 몰아가는 보도도 생겨났다. 노무현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추방하면서 “테러리스트”라 불렀고, 보수 언론은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편견을 부추겼다.

이번에 후세인에게 욕설을 퍼부은 한국인은 “Arab”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는데, 아마 후세인을 아랍인으로 여긴 듯하다.

무엇보다 경제 위기를 맞아 무분별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실업과 빈곤증가로 이어진다는 논리가 더욱 기승을 떨치고 있다. 이명박은 올해 신규 외국인노동자 도입 규모를 지난해 수준의 3분의 1로 대폭 축소하고 내국인 일자리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개악안을 내놓고 외국인 지문·안면 정보 제공 의무화, 불심검문 강화 방침을 밝혔다.

요컨대 이주노동자들을 경제 위기의 속죄양 삼는 정부의 정책과 보수 언론의 마녀사냥이 인종 차별과 외국인 혐오를 부추기는 주요 원인인 것이다.

심각한 실업과 빈곤 때문에 대중의 삶이 아주 나빠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배자들은 대중의 불만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고 인종 차별을 부추길 수 있다. 최근 경제 위기로 여러 나라에서 인종차별적 극우들이 부상했다.

한국에서 인종차별주의가 대중적 지지를 얻지 못하게 하려면 우리는 이주자들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모든 관념에 반대해야 한다. 특히 인종차별주의를 부추기는 정부 정책(이주노동자 규제와 미등록자 단속·추방, 출입국관리법 개악 등)과 언론의 보도 행태에 맞서는 항의와 투쟁이 광범하게 벌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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