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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이 싸움 꼭 이겨야 합니다”

이 글은 쌍용차 가족대책위 이정아 대표가 7월 23일 다함께 주최 진보포럼 ‘맑시즘2009’ 개막식에서 연설한 것을 녹취·정리한 것이다

공장 앞에 가족대책위 천막이 있습니다. 아침에 공장을 바라보고 앉아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회의를 하고, 같이 밥을 먹고, 아이들을 돌보고, 그리고 저녁 늦게 촛불 집회를 하고 집으로 다시 돌아들 갑니다.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남편들 얼굴조차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남편들이 도장반 옥상에 올라옵니다. 망원경을 들고 있으니 천막 옆에 서라 그러면 망원경으로 보겠다. 이렇게 해서 저희 가족들이 천막 앞으로 나와 서면, 남편들이 옥상에서 망원경으로 저희들 얼굴을 보고, 핸드폰으로 통화를 가끔씩 하고, 그리고 손을 흔들어 줍니다. 옥상에서 손을 흔드는 남편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월요일부터 경찰 헬기가 하루 종일 평택 공장을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경찰 헬기는 그 전부터 많이 보아 왔던 것이라 그저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좀 이상했습니다. 뭔가 하얀 액체를 뿌리는 것 같았습니다. ‘왜 물을 뿌릴까? 안에 또 타이어를 태웠나? 조합원들이 항의하다가 또 타이어를 태운 것인가?’

그런데 조금 지나자 눈이 따갑고, 목이 따갑고, 얼굴이 따갑고 좀 이상했습니다. 냄새도 나고. ‘아, 이게 최루액이라는 거구나’ 그때서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엄마들이 부랴부랴 안산에 있는 공설 운동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헬기가 내려서 있을 곳이 그곳 밖에 없다는 생각에 따라가 봤더니, 역시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서 경찰 헬기가 최루액을 만들어서 실어 나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울부짖었습니다. 미친 것 아니냐고. 하지만 그들은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고 지금까지 4일째입니다.

어제 저는 테이저건이라는 것을 처음 들었습니다. 그런 게 있는 것조차 몰랐습니다. 테이저건을 경찰이 진압무기로 소지하고 들어가서 조합원들에게 쏘아댔다고 합니다. 그래서 얼굴에 허벅지에 그 총을 맞고 사람들이 쓰러졌습니다. 당장 병원으로 이송해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측은 우리를 들여보내 주지 않았습니다. 경찰들도 그저 수수방관이었습니다. 몇 시간을 항의한 끝에, 결국 신분증 확인을 아주 철저히 한 뒤에 의사 한 분이 공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다친 조합원 분들이 나올 수가 없어서 나오면 바로 경찰에 연행되기 때문에 나오실 수가 없는 관계로 그 안에서 살을 찢고 응급처치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지금 60일이 넘었습니다. 제 남편 얼굴을 못 본 지는 지금 글쎄 기억도 안 나는데, 지금 어떻게 됐을지, 수염은 얼마나 길었을지, 살은 또 얼마나 새까맣게 탔을지. 제가 자꾸 남편 얘기만 하면 눈물이 나서. 예, 지금 그런 상황입니다.

제 남편의 이름은 고동민이라고 합니다. 제가 굳이 이 자리에서 남편 이름을 밝히는 것은 저는 제 남편이 너무나도 자랑스럽기 때문입니다.(청중 박수)

처음에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나서 남편이 “회사 상태가 너무 안 좋다. 정리해고가 될 것이다.” 이런 얘기를 할 때까지만 해도 저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일자리를 찾으면 되겠지, 젊은 우리 둘 같이 힘 합쳐서 살면 이 아이들 못 키우면서 살겠느냐’ 그런 안일한 생각이었습니다. ‘남편이 이제 7년차밖에 되지 않았는데, 설마 자르겠느냐’ 그런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저는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파업은 노동자의 학교라는 말을 합니다. 처음에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파업을 같이 하면서 동지라는 말이 무엇인지, 연대라는 말이 얼마나 뜨겁고 절절한 단어인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동참을 하고 연대하러 오시는지, 왜 모두가 쌍용차 문제가 쌍용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모든 노동자들의 문제라고 얘기를 하시는지 이제는 그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지금 큰 딸 아이는 친구 집에 있습니다. 둘째 꼬맹이는 유치원을 잘 다니던 아이인데, 제가 매일 경찰과 관리자들과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다 보니 엄마가 잠시라도 안보이면 경찰한테 붙잡혀간 줄 압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없으면 너무나도 불안해합니다.

제가 서른여섯 살 먹을 동안 저는 한 번도 종교를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모든 신들을 끌어내서 저는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아이들이 아빠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남편이 옆집 아저씨처럼 아침에 출근을 하고 저녁에 돌아와서 제가 차려놓은 밥을 맛있게 먹고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제 옆에 곤히 잠든 얼굴을 볼 수 있기를, 아이들이 커서 이룰 세상은 좀더 자유롭기를, 비정규직이며, 정리해고며, 고용불안이며 이런 말도 안 돼는 이런 노동자들을 고통 받게 만드는 이런 개 같은 말들이 없어지기를 저는 정말 간절히 빌어봅니다.

쌍용자동차 법정관리인 이유일, 박영태입니다. 그 인간들 강남구에 있는 아주 엄청 비싼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들 합니다. 그 인간들이 타고 있는 체어맨 가장 최고급 사양 누가 만들었습니까? 그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 으리으리한 아파트, 그 돌맹이 하나, 그 시멘트 하나, 벽지 하나, 도대체 누가 만든 것입니까? 그런데 도대체 이 땅의 이 자본가들이란 놈들은, 이 정권은 왜 노동자들을 이렇게 홀대하는 것입니까?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그 사람들이 최소한 인간에 대한 예의라도 있는 것들이라면, 우리에게 이러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참을 수가 없고 이 싸움을 멈출 수가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좀더 자유로운 세상에서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반드시 이 싸움을 꼭 이겨내서 저는 이 땅을 바꿔나가는 데 제가 조그만 힘이 된다면, 여기 서울이 아니더라도 그 어느 곳이라도 찾아갈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남편의 정당한 싸움이, 정말로 남편의 공장 점거파업, 남편뿐만 아닌 모든 노동자들의 파업이 저는 정말 정당하다고 믿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거라고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희 쌍용차 노동자들, 그리고 이 땅의 모든 고통 받는 노동자들이 반드시 주인 되는 세상이 와서 저희 모두 좀 사람답게 살아봤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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