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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통신 계약직 노조 파업 지지 활동 경험

지난 12월 13일부터 한국통신 계약직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다. 한국통신 계약직 노조 파업은 12월까지 무려 7천 명의 계약직 노동자들이 해고된 데 따른 것이다.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 1만 1천 명 가운데 현장직 계약 노동자 전원(6천5백 명)과 번호안내국 114 안내원이 3백 명 넘게 해고됐다.

한국통신의 계약직 대량 해고는 한국통신 민영화의 전초전이다. 한국통신은 민영화를 밀어붙이기 위해 힘이 약한 계약직을 먼저 자르고 있다.

한국통신은 선로유지보수, 100번, 114 등의 업무를 외주 위탁으로 전환해 계약직을 모두 도급으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있다. 도급으로 전환할 경우, 계약직 노동자들이 그 동안 일한 경력을 인정하지 않아도 되고 해고시에도 책임을 도급업체로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도급으로 전환했던 대전 둔산전화국 계약직 노동자들은 다른 도급업체가 들어왔다는 이유로 지난 12월 5일 모두 해고됐다.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은 회사의 대량 해고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한 노동자는 이렇게 울분을 토했다.

"한국통신이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우리를 이 추운 겨울에 거리로 내몰고 있습니다. 우리는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일해 왔습니다. 우리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우리가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계약직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 조건은 비참하기 짝이 없다. 계약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보다 더 긴 시간 일하지만 정규직 노동자의 1/3에 지나지 않는 임금을 받는다. 19년 경력 현장직 노동자 월급이 85만에 불과하고, 하루 9시간(실질 노동시간) 일하는 114 안내원의 월급은 61만 원이다.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의 부당한 해고에 맞선 파업은 완전히 정당하다. 계약직 노조는 사흘 간의 상경 투쟁을 끝내고도 파업을 계속 할 예정이다.

우리 민주노동당 학생 그룹은 한국통신 계약직 노조의 파업을 전폭 지지하는 연대 활동을 했다. 우리는 사흘의 상경 투쟁 기간 동안 이틀(15일에는 학생 당원 김태훈 동지 선고 재판과 국가보안법 집회가 있어서 안타깝게도 파업 지지 활동을 하지 못했다)을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노동자들과 함께 움직이며 파업 지지 활동을 벌였다.

이 활동에 많은 학생 그룹 동지들이 참여했다. 13일 오전 8시 서울번호안내국 앞 출근 저지 투쟁에 52명의 학생 당원들이 참여했고 12시경에 시작된 분당 한국통신 본사 앞 집회에 39명의 동지들이 참여했다. 한국통신 본사 앞 집회를 끝내고 계약직 노조원들이 고대로 들어갈 때, 고대 앞에서 모여 노동자들을 환영했던 학생 시위 대열 2백여 명 가운데 99명이 우리 학생 그룹 동지들이었다. 14일 종묘에서 있었던 집회에는 64명의 학생 그룹 동지들이 참여했다.

이 숫자는 대다수 대학이 시험이 있는 주간임을 고려하면 높은 참여다. 특히 고대 지부 동지들은 13일 오전 8시 집회에 12명이나 참여하는 헌신성을 보여 주었다. 오후에 시험을 앞두고 있었는데도 3시간 가량 진행된 아침 활동에 참여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한국통신 계약직 노조 파업 규모는 3백여 명으로 예상(노조는 1천∼1천5백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보다 작았다. 파업을 앞두고 열린 12월 4일 서울에서 열린 집회에 서울 114 안내원이 2백50명 가량 참여했으나, 이번 파업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114 안내원의 동참은 극히 저조(20명 가량)했고 심지어 3백 명에 이르는 조합원들조차 동참하지 않았다.

114 안내원들의 파업 동참이 저조했던 것은 회사측이 노조를 약화시키기 위해 온갖 회유와 협박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파업이 있기 며칠 전부터 사측은 서울 114 안내원에게 1년 또는 6개월 재계약을 약속했다. 회사측은 20명 가량을 본보기로 계약서를 써 주고 파업 당일 회사에 출근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계약서를 써주겠다는 회유와 함께 파업 당일 출근하지 않으면 해고라고 협박했다.

재계약 약속은 회사측이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전형적인 술수였다. 실제 재계약을 한 사람은 극소수인데다가 계약서를 보증하는 서명자는 한낱 관리자에 지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계약서는 회사측이 언제든 노동자들의 근무 평가 등을 통해 해고할 수 있다는 단서를 붙이고 있었다.

13일 아침에 파업 노동자들은 출근하는 114 안내원들을 붙잡고 이런 점을 열심히 설득했으나, 대부분이 20대 초반의 여성 노동자들인 114 계약직 안내원들은 너무나 경험이 없어 관리자들의 집요한 회유와 협박을 뚫지 못했다.

출근 저지 투쟁은 114 안내원들의 출근 시간대(8시, 9시, 10시)에 맞춰 파업 참여를 호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1천 명에 이르는 서울 114 안내원 가운데 8백 명이 계약직이었으나 노조원 수는 30퍼센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노조는 출근을 완전히 막으려는 생각은 아니었던 듯하다. 아침 8시에 모인 노조원 수는 간부들 위주로 10여 명밖에 되지 않았고 파업 참여를 호소하는 주장을 할 뿐 완강하게 출근을 막진 않았다. 그러나 대다수 114 안내원들이 회사측의 회유와 협박으로 파업에 동참하지 않자 노조원들은 스크럼을 짜서 출입구를 봉쇄하기 시작했고 우리도 함께 참여해 출근자들을 막았다.

이 날 우리는 일종의 피켓팅을 한 셈인데, 피켓팅은 흔히 오해되듯이 팻말 시위가 아니라 비(非) 파업자들이 작업장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으로 산업 투쟁에서 종종 쓰이는 투쟁 방법이다.

올 한 해 동안 노동자 파업에 많이 개입해 보았으나, 피켓팅을 한 것은 처음이었기에 상당수 학생 그룹 동지들이 출근자를 막으면서도 뭔가 깨름직한 느낌을 가졌을 것이다.

일부 동지들의 마음 속에는 '노동자도 아닌 우리가 출근을 막는 것은 일종의 대리주의 아닌가?'하는 의문이 피어 올랐다. 그 날 피켓팅에 참여한 노조원 수보다 우리가 더 많았으니 그런 의문이 생길 법도 했다.

사실 우리 그룹 집회 조직자가 오전의 출근 저지 투쟁에 참여하기로 결정을 내렸을 때만 해도 노동자들이 그토록 소수일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통신 계약직 노조는 4백 명 가량의 노동자들이 올 것이라고 얘기했기 때문이다.

13일 오전의 피켓팅은 노동자들이 그리 많지 않은데다 계획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었기에 파업을 방어하는 데 효과적이진 않았다(회사측은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 시간대를 피해 출근 시간을 조정하는 교활함을 보였다).

그러나, 피켓팅에서 우리가 다수였다 해서 대리주의라 말할 수는 없다. 우리가 출근을 막게 된 것은 파업 노동자들이 보여 준 절박한 투쟁 의지 때문이었다. 비록 적은 수이긴 했지만 분노한 조합원들이 스크럼을 짜고 출근자를 막는데 우리가 그냥 지켜보는 게 옳았겠는가, 아니면 같이 대열 지어 막는 게 옳았겠는가. 우리는 노동자들의 높은 투쟁 의지에 연대를 나타낸 것이지, 결코 그것을 대신하려 한 게 아니었다.

회사 관리자들은 노조의 피켓팅을 "출근하려는 사람의 자유 의사를 막지 말라"고 비난하며 막았다. 이 때문에 약간의 몸싸움이 있었다. 그러나,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노동자들을 회유하고 협박하는 마당에 "자유 의사" 운운은 얼마나 위선인가.

14일 오전에는 전날 보다 많은 3백여 명이 전화번호안내국 앞에 집결했으나 출입문에는 셔터가 내려져 있고 전경들이 방패를 들고 막고 있었다. 회사는 오전 출근자들을 전날 밤 12시에 출근시키는 술수를 부렸다.

한국통신 계약직 노조 파업은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의미 있는 파업이다. 비록 한국통신 계약직 노조 파업이 세력 관계를 바꿀 핵심적 중요성을 갖는 투쟁은 아니었으나, 조직되기 힘든 계약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3개월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불안정한 조건 때문에 전체 1만여 명의 계약직 노동자 가운데 조합원은 아직 1천 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노조 간부들을 비롯한 대다수 조합원들이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고 당하고 온갖 회유와 협박 속에 이번 파업이 진행됐다.

한국통신 계약직 노조원들은 매우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한국통신 정규직 노동자들이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한다면 계약직 노동자들은 승리하기가 더 쉬울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한국통신 노조 지도부는 이번 계약직 노조 파업을 수수방관하고 있다.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정규직의 고용 불안을 낳을 것이라는 생각은 회사측의 분열 공작에 놀아나는 꼴이다.

계약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결코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과 분리된 게 아니다. 계약직에 대한 대량 해고는 정규직 인원 감축과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한국통신은 정규직 2천 7백 명을 명예퇴직으로 해고하려 하고 있다.

올바르게도 계약직 노조는 한국통신 정규직 명예퇴직에 반대하고 있다. 계약직 노조는 구조조정에 맞서는 공동투쟁본부를 꾸릴 것을 한국통신 노조 지도부에 제안한 바 있다. 한국통신 노조 지도부는 계약직 노동자들의 공동 투쟁 제안을 수용해 함께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