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육상 선수 세메냐 논쟁:
성은 단지 XX 염색체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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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여성을 정의하는가? 겉모습? 옷?
지난 몇 주 동안 남아프리카공화국 육상 선수 캐스터 세메냐가 당한 일들을 생각해 보면, [여성이] 자기 분야에서 너무 잘해도 문제가 생김을 알 수 있다.
얘기인즉슨, 어떤 사람이 단발, 탄탄한 체형과 근육질 몸매를 가지고 있으면 여성일 리 없다는 것이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세메냐가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결승을 치르기 직전에 발표한 성명에서, 세메냐가 성 판결 검사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세메냐는 경주에서 승리했는데 이것은 별로 여성스러운 일이 아니고, 우승 한 후 펑펑 울지 않은 것도 이상하다. ‘진짜’ 여성이라면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었을 것이다.
IAAF는 정말 비열했다. 원래 이 조직은 설사 육상 선수가 속임수 ― 예컨대, 성적 향상 약물 복용 ― 를 저지른 혐의가 발견되도 사실을 완전히 확인한 뒤에야 공식 성명서를 발표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테스트 결과 발표가 아직 몇 주나 남았는데도, 결승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기자회견문을 발표했고, 이제 겨우 18살인 세메냐는 전 세계 일간지들의 특종 거리가 됐다.
절대적 성차가 존재할까?
IAAF가 세메냐에 관한 논란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며, 비슷한 논란이 다른 육상 선수들에게 주었던 충격을 생각해 보면 더 그렇다. 예컨대, 중거리 선수 산디 사운다라잔은 성 판결 테스트에서 “실패”해 2006년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은메달을 박탈당한 후 자살을 시도했다.
세메냐에 관한 논란의 핵심을 명확히 하자. 황색 언론들의 왜곡과는 달리, 세메냐는 남성이 여성으로 가장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지 않다. ‘한때’ 남성이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이것이 문제라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규정을 보면, 성전환 수술을 받은 육상선수는 자신이 선택한 성으로 공식 인정받을 수 있다. 또, 2년간 호르몬 치료를 받은 선수는 올림픽에도 출전할 수 있다.
성 판별 조사에는 보통 부인과 의사, 내분비 학자, 심리학자와 내과 전문가가 참가한다. 그러나 이 조사는 평판이 별로 좋지 않다. 2000년에 《미국 의학 협회 저널》은 이 조사를 “어렵고, 값비쌀 뿐 아니라, 결과가 부정확할 가능성이 있다” 하고 평했다.
DNA 테스트로 어떤 여성이 보통의 XX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테스트로 세메냐가 Y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명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인가? 여성이 XY 염색체를 가지고, 남성이 XX 염색체를 가지는 경우도 있다.
성기를 제외하면, 성차라는 것은 주로 단순한 통계의 문제다. 육체 모양, 체중, 모발 길이에서 ‘보통’이 있을 수도 있지만, 솔직히 주위를 둘러보라. 절대적 법칙은 아니다.
나는 생물학 전공자도 아니고, 이 문제를 자세히 다룰 지면도 없다. 그러나 성 간의 절대적 차이에 관한 사회적 통념의 증거를 우리 유전자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결국, 우리는 똑같은 기원에서 출발하지 않았는가?
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 요소에 영향을 받는 사회적 구성물이다.
진실은 여성이 너무 잘하거나 힘이 넘치면 ‘비여성적’으로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나는 평범하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마가렛 대처가 여성이었을 리 없다’는 식의 표현을 쓰는 것을 들을 때마다 절망감을 느낀다. 대처는 남성이 아니었다. 대처는 보수당원이었다. 내가 보기에 그것이 진정한 문제였다.
만약 우리가 절대적 성차라는 관념을 받아들인다면, 남성과 여성이 동일한 것을 원하거나 동일한 대접을 받을 수 없다는 주장도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남성과 여성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더 많다. 세메냐라는 젊은 여성이 당하는 것을 보면서 분노하는 것도 공통점 중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