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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쌍용차 파업 평가 토론회에 다녀와서:
쌍용차 파업에서 진짜 부족했던 것은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은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가 20일 주최한 “쌍용차 투쟁 ─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토론회에서 발제를 했다.

이종탁 부소장은 쌍용차 파업이 “경제위기로 인한 기업의 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려 한 자본의 시도에 맞선 투쟁”이었으며 “노조가 단순한 반대자 이상의 역할을 했고” “다양한 사회적 연대”가 형성된 점이 의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쌍용차 파업이 “단사의 고용 투쟁으로만 전개되면서 정치적 성격이 부각되기 힘들었다”며 “대정부 사회 투쟁이 부족했던 점”을 아쉬움으로 평가했다. “별도의 정치 전선”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 부소장이 쌍용차 파업의 정치적 성격과 정치 대안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옳다. 이날 토론회에서 많은 토론자들이 지적했듯이 경제 공황기에 파산하는 기업의 노동자들이 고용을 보장 받기 위해서는 국가를 상대로 요구하며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 부소장의 말대로 이번 투쟁의 의의가 “경제 위기로 인한 기업의 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려 한 자본의 시도에 맞선 투쟁”에 있다면 그 해결책 역시 자본이 책임지도록 해야 일관된 견해일 것이다.

자본에게 책임을 묻는 대안은 쌍용차 위기의 주범인 ‘먹튀’ 상하이차와 ‘묻지마 매각’을 추진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것이다. 동시에 파산 기업을 낳을 수밖에 없는 자동차산업의 세계적 과잉생산에 대응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이 부소장은 쌍용차 노조가 “디젤 및 디젤 하이브리드 분야의 경쟁력을 근거로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점도 제기하고 기업 체질 개선에 대한 주장”을 한 점을 성과로 평가했다.

또, 노조가 임금과 노동조건 양보로 “사회적 설득력”을 높여야 했다고 주장한다. 또 점거파업 전술 탓에 투쟁이 지역(평택)과 단사(쌍용차)에 갇혀 버렸다고 평가한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기업 체질 개선으로 경쟁력 회복하기를 대안으로 삼는다면 파업의 논리는 자기 모순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쌍용차의 경쟁력 강화가 자동차 산업의 과잉 생산이라는 근본 문제에서 해답이 되지도 못한다. 게다가 ‘노조의 선제적 양보안’은 무시당했고, 저들의 자신감만 키워줬을 뿐이다.

그 점에서 이 부소장이 내세운 “경쟁력 있는 사회적 기업화”보다 “친환경적인 대중교통 생산 기지로 전환해 고용을 보장하는 공기업화” 요구가 더 일관되고 효과적인 ‘자본의 책임 묻기’ 대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대안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적 자본의 소유권에 도전해야 하는 공기업화 논의를 진보 진영 다수가 꺼렸기 때문이다.

이 부소장이 정책 측면에서 주도했던 자동차범대위조차 경쟁력 논리를 수용하는 ‘한시적 공기업화’ 이상을 말하지 못했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역시 공기업화 요구를 회피했다. 투쟁의 막바지에 모호한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을 뿐이다.

이것이 진보 진영의 연대가 이 부소장이 지적한 대로 “단사 투쟁에 몸 대주기”처럼만 ‘보였던’ 이유다.

그래서 문제는 점거 파업 전술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쌍용차 파업이 여론의 정점에 선 것은 순전히 사측과 정부의 공격에 맞선 점거 파업의 견고함 때문이었다. 점거 파업은 정부와 기업주들에게 강력한 압박이 됐다. 또 “나가라”는 요구에 공장 점거로 맞서는 투쟁은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고용보장” 메시지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상징적 효과도 있었다. 따라서 점거 파업을 지원하고 엄호하기 위한 “몸 대주기” 연대 역시 매우 중요했다. 정치적 연대 투쟁은 여기서 발전해야 했다.

부족했던 것은 “파산 기업의 공기업화를 통한 고용보장”이라는 대안이었다. 이런 요구야말로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다른 사회 세력들에게 쌍용차 투쟁에 적극 연대할 동기 부여를 할 수 있었다.

쌍용차 파업이 남긴 교훈은 경제 위기시에 “부도 기업의 공기업화” 같은 대안적 강령으로 계급적 단결과 연대를 건설하여 대정부 정치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 이 부소장의 평가는 아쉽다. 무엇보다 정치 투쟁을 말하면서 정부와 정면 대결을 회피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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