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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위기를 재촉하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오바마의 의료 개혁이 좌표를 잃고 표류하는 사이, 아프가니스탄 점령의 위기는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8월 한 달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망자 수는 개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고 올해 미군 사망자 수는 8개월 만에 지난해 사망자 수를 넘어섰다.

이 와중에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 스탠리 맥크리스털은 아프가니스탄의 전황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맥크리스털은 이 보고서에서 아프가니스탄 전황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또 한 번 ‘증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몇주 뒤 또 제출할 보고서에서 그는 구체적으로 최소 1만 명에서 최대 4만 5천 명에 이르는 병력 증강을 요청할 예정이라 한다. 취임 초 이미 아프가니스탄에 2만 1천 명 증파를 결정한 오바마는 다시금 추가 증파 문제가 제기되자 거듭 고심하고 있다.

오바마 측근들은 개인별로 색조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증파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가장 적극적인 것은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특사 리처드 홀브룩과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이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을 안정시키려면 더 많은 군대가 필수라고 생각한다.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는 애초 증파에 조심스런 태도를 취했지만 최근 맥크리스털의 보고서를 받아든 뒤로 증파 쪽에 무게를 둔 발언들을 하고 있다. 거의 유일하게 증파에 회의적인 인물은 부통령 조셉 바이든인데, 그는 증파의 효과를 의심한다기보다 그 지역을 안정시키는 데서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라 파키스탄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지난 수년간 아프가니스탄에 쏟은 우리의 노력이 정치·군사·경제 모두에서 불충분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백악관 대변인 로버트 깁스)

그러나 문제는 증파로 아프가니스탄의 안정을 확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군사적으로 보면, 특정 지역을 안정적으로 점령하는 데는 인구 50명 당 최소 병사 1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아프가니스탄에 이것을 적용하면 50만 명이 넘는 병사가 필요한데, 이번에 또 증파하더라도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총 병사 수는 10만 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정치적으로 보면, 카르자이의 재선이 유력한 아프가니스탄 대선은 곳곳에서 선거 부정이 발견돼 이미 그 정치적 정당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2001년 전쟁 뒤 두 번의 대선으로 아프가니스탄에 민주주의가 안착했다고 말하려던 미국으로선 처지가 군색해졌다.

또 미군은 탈레반과 전투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면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계획대로 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최근 나토군은 아프가니스탄 쿤드즈 지역을 폭격했는데 사망자 70명 중 절반 정도가 민간인이었다. 요컨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정치적 안정을 얻기란 당분간 요원한 일이다.

더구나 미국 내 여론도 증파에 호의적이지 않다.

9월 1일 발표된 CBS 여론조사를 보면, 아프가니스탄 주둔 병력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41퍼센트로 4월의 33퍼센트보다 높아진 반면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39퍼센트에서 25퍼센트로 떨어졌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수행에 관한 오바마의 지지율도 4월의 56퍼센트에서 8퍼센트 떨어진 48퍼센트를 기록했다.

CNN-오피니언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7퍼센트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반대한 반면 지지한 응답자는 42퍼센트에 그쳤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 중 75퍼센트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래서 민주당 의원 일부는 지난 번 증파의 효과를 입증할 것을 요구하며 새로운 증파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증파 논쟁이 본격화하면 민주당 내 분열은 가속화할 것이다. 얄궂게도 오바마는 의료 개혁 문제로 씨름하던 공화당을 발판 삼아 증파를 밀어붙여야 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오바마에게 뼈아픈 것은 이번 증파 결정이 의료 개혁 후퇴와 마찬가지로 지지층의 분열을 재촉할 것이란 점이다. 이미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오바마의 전쟁’이 된 상황에서, 이것은 더한층 심각한 정치 위기를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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