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중앙대 징계 철회 투쟁에 대해 균형있게 평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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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교수 재임용과 학생 징계 시도 철회 비대위’(이하 비대위)에서 활동해 온 중앙대 신동익 동지는 〈레프트21〉 15호 기사 ‘사과를 거부한 최영화 씨의 단호한 태도가 징계 시도를 중단시키다’를 통해 최영화 씨에 대한 징계 시도가 철회됐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최영화 씨는 다른 징계 대상자 3명이 총장에게 사과의 뜻을 표명하는 바람에 홀로 고립된 처지가 됐음에도 끝까지 투쟁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사과했던 징계 대상자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 것을 볼 때, 그녀의 올바른 태도는 다른 학생 활동가들에게 귀감이 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번 투쟁이 “앞으로 두산 재단과 학교 당국이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나 민주적 권리를 함부로 침해할 수 없도록 제동을 건 선례가 될 것”이라는 신동익 동지의 평가는 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선, 이번 투쟁의 발단이 된 진중권 교수 해임 문제에서 진중권 교수 자신이 복직 투쟁을 회피해 버렸다. 이로 인해 학교 당국의 시도는 너무 싱겁게 관철돼 버렸다. 진 교수의 해임에 항의한 학생들이 징계 받을 위협에 놓였을 때도 진중권 교수는 학생들을 방어하는 데 소극적이어서 투쟁이 더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최영화 씨를 제외한 다른 징계 대상자들은 학교 당국의 징계 협박에 못 이겨 ‘도의적 사과’를 해 버렸다. 〈레프트21〉 14호에서 지적했듯이, ‘도의적 사과’는 당시 함께 시위에 참가했거나 적어도 시위를 지지했던 학생들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혼란을 자아냈을 것이다. 반면 학교당국은 학생들의 활동을 공격할 근거를 갖게 됐고 그 직후 시위문화 “리모델링” 운운하며 학생들의 자치활동 전반을 손보려 했다. 최영화 씨가 끝까지 사과하지 않은 덕분에 그녀는 투쟁의 정당성을 지킬 수 있었지만, 전반적인 학내 세력 관계로 보자면 학생들이 학교 당국에 밀리고 있었다. 중앙대 당국이 갑작스레 징계 시도를 철회한 것은 마침 두산(중앙대학교의 재단)의 비자금 관련 비리가 언론에 터져 나온 것과 더 큰 관련이 있는 듯하다. 두산은 여러 전선에서 공격받을 수 있는 부담스러운 상황을 피하려 했던 것이다.
나는 학생들의 징계 시도가 철회된 것을 완전한 승리라고 평가하기보다는 학생 활동가들의 실용주의적인 태도를 반성적으로 평가하고 학교 당국의 협박에 굴하지 않는 태도의 중요성을 되새겨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만 신동익 동지가 지적한대로 “이 경험(이) 앞으로 있을 학내 구조조정과 등록금 인상에 맞선 학생들의 저항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