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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살리고 일자리 살리는 생생 여성행동’:
경제 위기 고통 전가에 맞서는 여성들의 목소리

지난해 9월에 몰아닥친 세계경제 위기의 한파는 여성들에게 특별히 더 시렸다. 남성과 여성 모두 일자리를 잃었지만 특히 여성들이 더 빨리, 더 많이 잃었다. 그래서 2009년 5월 현재,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감소분의 96.4퍼센트가 여성이다.

특히 20∼30대 여성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이 줄었고, 그 중 30대가 노동시장에서 가장 많이 밀려났다. 경제 위기는 특히 영세 자영업이나 개인 서비스업, 임시직에 종사하는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강타했다.

한국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대체로 꾸준히 늘고 있기는 하지만, 출산과 보육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취약해 30대 초반 여성 노동자들의 경력 단절 문제가 여전하다. 이는 여성이 선명하게 노동시장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부터 OECD 국가들에서는 대체로 여성의 경력 단절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금의 경제 위기는 한국 여성들의 경력 단절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점점 완만해져 왔던 소위 ‘M자 곡선’의 골짜기가 다시 깊이 팰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한편, 40대 이상 여성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다. 자녀 양육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진 중년 여성들이 경제 위기로 부족해진 교육비와 생활비를 벌충하려고 더 많이 집밖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일자리의 대부분이 임금이 낮고 노동조건이 불안정한 ‘저질 일자리’다.

2년마다 해고 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노무현 식 비정규 악법도 모자라, 이명박은 그조차 유예하자고 하고 있다. 이제 비정규직이 정규직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고, 비정규직이 고착화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여성 노동자의 65퍼센트 가량이 비정규직(2009년 6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 분석)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는 특히 여성들에게 심각하다. 불안정한 일자리에 여성들이 몰려 있기 때문에 여성 취업자 중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는 비율도 고작 27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최저임금 대상자의 65퍼센트가 여성들인데, 정부는 최저생계비에 한참 못 미치는 최저임금에 만족하라고 강요한다.

고용·임금 차별 때문에 여성 임금은 남성의 62퍼센트밖에 안 된다. 한국의 남녀 소득 격차는 OECD 스물한 나라 중 가장 크다.

보육 문제는 여성들로 하여금 안정적이고 질 좋은 일자리를 유지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최근 경제 위기 이후 출산과 보육 문제로 인한 여성 해고 상담신청이 급증했다. 이 때문에 30대 여성 실업자들의 가장 절박한 요구는 바로 보육 문제 해결이다(한국여성노동자회가 실시한 2009년 상반기 실직·빈곤여성 상담 분석 결과). 출산과 보육 문제는 기업주들이 여성의 임금을 낮게 묶어 두거나 여성을 우선 해고하는 빌미가 된다.

“요즘은 돈 잘 버는 게 현모양처”라는 말처럼, 경제 위기 시기에 남성의 줄어든 월급봉투를 보충할 필요 때문에, 또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싶어서 일하고자 하는 여성들은 늘었지만 언제나 육아와 일 사이에서 ‘줄타기’ 해야 한다.

보육 지원은 ‘새발의 피’

정부와 기업도 여성 노동력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육아를 사회가 지원해야 한다고 표방해 왔다. 이명박 정부도 보육 지원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여성들에게 필요한 수준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사립 시설에 비해 값이 싸고 질 좋은 국공립 보육 시설은 겨우 전체의 10.8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는 2010년까지 국공립시설 2천7백 곳을 확충하겠다고 했지만, 2009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서는 겨우 80곳 확충 계획만을 세워 놓고 있을 뿐이다. 정부와 기업주들은 양육을 사회화할 정도로 이윤을 대폭 양보하지는 않으려 한다.

9월 30일, 이명박의 복지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생생 여성행동’의 기자회견

민주당도 여성들의 처지에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얼마 전, 직장 여성들을 위한 보육시설 종일제반 시간을 현행 12시간에서 8시간 미만으로 줄이는 안을 발의해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이 안이 통과되면 늦게 퇴근하는 맞벌이 부부는 보육료를 더 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위기의 대가가 특히 노동자·서민 여성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명박 정부와 부자들은 노동계급 여성들의 등을 짓밟고 올라서는 반면 부자들의 손해만큼은 최소화하려 한다. 이명박이 내놓은 ‘친서민’ 정책이 보잘 것 없고 조삼모사인 경우가 많았듯이, 여성에 대한 지원도 마찬가지다.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 계획은 줄어든 여성 일자리 숫자를 보충하기에는 턱 없이 못 미치고, ‘희망근로’로는 나이든 빈곤 여성들의 입에 겨우 풀칠할 수 있을 뿐이다.

반면, 이명박은 부자들에 대한 세금 감면 약속만큼은 화끈하게 지켰다. 4대강 ‘삽질’ 사업 등에 쏟아붓는 낭비도 만만치 않다.

‘민생 살리고 일자리 살리는 생생 여성행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후퇴하는 여성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출범한 연대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민우회,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전국여성연대,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주요 여성·노동 단체들이 참가하고 있다. 상반기에 ‘생생 여성행동’은 쌍용차 파업 경찰력 투입 규탄, 최저임금법 개악 반대,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 등을 걸고 활동했다. 최근에는 이명박의 복지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활동도 했다.

앞으로도 ‘질 좋은 사회서비스 일자리 50만 개 창출’, ‘먹고살 걱정 없는 살림살이’, 공교육 지원 확대 등 3대 여성 과제를 위해 활동할 계획이다. 10월 17일에는 ‘여성 희망 퍼레이드’(가칭)가 열릴 예정이다. 경제 위기 고통 전가에 맞선 ‘생생 여성행동’의 활동을 지지하고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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