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서민에게 ‘병’주고 나서 ‘약’주는 척만 하는 MB의 ‘친서민’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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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 범벅인 실체가 드러났음에도 뻔뻔스레 총리 자리를 차지한 정운찬은 “대통령도 나도 서민 출신이라서 서민의 아픔을 잘 안다”고 말했다. 재산이 수십억~수백억 원에 이르고 온갖 탈법과 투기로 재산을 늘렸더라도 가난한 집안 출신이면 ‘친서민’이라는 식이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이미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의 우수인물들을 흡수하는 능력이 크면 클수록 그 지배는 그만큼 더 강고해지며 그만큼 더 위험한 것으로 된다”고 간파한 바 있다.
‘서민’ 출신 권력자의 지배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 가장 끔찍한 사례는 바로 용산 참사다. 재판이 진행될수록 용산에서 정부가 저지른 잔인한 범죄의 실상은 분명해지고 있다. 증인으로 나온 특공대원, 정보과 형사 등의 증언은 무리하고 무자비한 강제 진압이 비극을 낳았다는 진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데 정운찬은 추석 전날 용산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서 ‘악어의 눈물’을 보였다. 중앙정부가 폭력으로 철거민들을 내쫓다가 불 속에 타죽게 한 이 사건을 두고 “그 원인이 어디 있든”지 “중앙정부가 나서기는 어렵다”고 한 것이다. 이미 이명박이 ‘목도리 쇼’나 ‘떡볶이 쇼’에서 선보였듯이 서민에게 위해를 가한 장본인이 고통에 공감하는 시늉만 하면서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는 게 이명박 정부식 ‘친서민’이다.
이 살인정부의 지도자들이 ‘나영이 사건’의 가해자를 두고 “사회에서 최대한 격리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진정성이 의심쩍다. 이미 저들은 강호순의 연쇄살인극을 “절호의 기회”로 이용해 용산 참사 때의 궁지에서 벗어난 바 있기 때문이다. 잔인한 범죄자들을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면 용산 살인범 김석기야말로 격리돼야 하지 않는가.
용산에서 그 끔찍한 지옥불 속에 6명을 죽인 정부가 쌍용차에서 더 끔찍한 참사를 부를 뻔한 경악스러운 사실도 최근 공개됐다. 77일간의 사투를 끝내고 짐을 싸던 노동자들의 등 뒤로 기습 진압하라는 명령을 경찰이 내렸고, 그 명령을 거부한 기동단 책임자를 파면한 것이 폭로된 것이다. 이 미친 계획이 실행됐다면 어떤 참극이 일어났을지 상상조차하기 두렵다.
이 잔인무도한 반서민 정부의 역겨운 ‘친서민’ 가면극은 계속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예산과 결식아동 급식지원 예산 등을 삭감하면서 ‘사상 최대의 복지예산 증가’라고 숫자 놀음하는 식이다. 또 집권 1년 만에 보통 노동자가 저축해서 내 집 마련하는 데 드는 시간이 37.5년으로 13.2년이나 증가했는데도 ‘보금자리 마련’을 떠드는 식이다. 그래서 〈해럴드경제〉의 여론 조사 결과, 72.6퍼센트가 ‘정부의 친서민 정책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고 답했다.
숫자 놀음
반면 정부의 거품 키우기가 낳은 인플레와 전월세 대란 등은 서민들의 피부에 너무 와 닿은 나머지 쓰라릴 정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부동산과 주가가 뛰고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급증하는 한국 상황이 “미국의 (거품 절정기였던) 2006년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이 거품이 꺼지면서 지난해 서브프라임 위기가 왔다.
이렇게 거품을 키우면서 한국 정부의 국가 부채는 1백조 원 이상이 늘어나 현재 사실상 1천4백조 원이 넘었다고 한다. 이 막대한 부채와 거품의 대가를 노동자·서민에게 떠넘기는 것이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 가면 뒤에서 진짜 하려는 일이다.
복지 삭감, 비정규직 확대, 공공부문 ‘선진화’, 연금 개악, 공무원 임금 동결, 노동법 개악 등은 모두 이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경제 위기 ‘극복’ 과정에서 재벌·부자들의 밑 빠진 독에 퍼부어 준 물을 노동자 서민들의 피와 땀을 뽑아서 채우려는 것이다.
얼마 전 이명박이 G20에서 각국 지배자들에게 “빅맨”이라고 칭찬받은 것도 이것을 잘해 왔다는 격려였으며, 내년 G20 한국 개최 때 이명박은 이 일에 성공했다고 자랑하고 싶을 것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재계에서는 내년 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한국의 이 대통령이 대규모 파업과 격렬한 시위를 감수할 준비가 되었는지 의문을 품어 왔다”고 썼다.
따라서 우리는 다가오는 재보선 등 모든 기회를 이용해 이명박 ‘친서민’ 가면극과 ‘거품’ 경기 회복, 고통전가의 실체를 폭로하며 노동자·서민들의 자신감과 투지를 높이면서 저들이 두려워하는 진보진영의 단결과 저항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건설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