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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범죄’ 핑계로 한 이주자 마녀사냥:
경제 위기에 대한 불만을 엉뚱한 데로 돌리려는 시도

지난 10월 7일 대표적인 이주노동자 활동가 미누 씨가 ‘표적 단속’됐다.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집중 단속이 시작된 후, 지난주 동대문·오산·발안 등에서 대대적인 단속이 있었고 동대문에서는 외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까지 단속반이 난입해 식당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신분증을 검사하고 식사하던 손님들을 잡아 갔다.

최근 정부는 이주자들에 대한 ‘마냥 사냥’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고 있다. 주요 보수 언론들은 외국인 범죄 급증 기사를 써대고 있고, 정부는 또 이 보도들을 근거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이범래는 국정감사에서 외국인 범죄 조직을 탐사 보도한 〈서울신문〉을 인용하며 “외국인 조폭이 횡행”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곧바로 청와대는 검찰, 경찰, 법무부, 국가정보원 등 7∼8개 부처로 구성된 ‘외국인범죄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했다.

법무부는 이 기회에 호시탐탐 노려오던 ‘외국인 지문 날인 제도 부활 및 생체 정보 취득을 위한 출입국관리법’ 개정 추진을 서두르겠다고 발표했다.

11월 8일 이주노동자 권리지킴이 발족 기자회견

그러나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외국인 범죄 조직’ 논란은 매우 과장됐다. 경찰청장조차 국정감사 때 “일부 내용이 과장됐다”고 말할 정도다. 언론은 외국인 범죄 건수 증가와 외국인 범죄 조직 증가를 등치시켜 보도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한국인들 사이에 일어난 폭력 범죄가 모두 조직 폭력과 연관돼 있다고 보는 식이다.

외국인 범죄 증가 주장도 역시 전혀 균형이 맞지 않는다. 〈2009년 경찰 백서〉에 따르면 한국인 1백 명 당 범죄율은 4.1명이고 외국인 거주자 범죄율은 1백 명 당 3.9명으로 외국인 범죄율이 더 낮다. 또 2008년 전체 범죄 건 수 중 외국인 범죄가 차지하는 비중은 1.65퍼센트에 불과하다. 이것은 한국 전체 인구에서 이주자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약 2퍼센트)에 못 미친다.

외국인의 강력 범죄가 증가했다는 사실 역시 전체 강력 범죄의 증가와 함께 봐야 한다. 지난해 전체 범죄는 12.4퍼센트 증가했고, 특히 5대 강력 범죄 증가는 1999년 이후 최대치다. 이런 사실은 언급하지 않고 외국인 범죄만 똑 떨어뜨려 보는 것은 의도적 왜곡이다.

지금 외국인 범죄 건수 증가는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진정 범죄 대책을 세우려면 범죄 증가를 낳는 사회적 요인들에 진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와 언론은 오히려 중국, 베트남, 태국 등 특정 국가 출신자들을 속죄양 삼아 시민들의 불안을 자극한다. 이것은 소수지만 극렬한 인종차별적 반(反)이주자 단체들의 성장에 좋은 먹잇감을 던져 주는 일이다. 이것은 서구에서 종종 일어나는 ‘외국인 혐오 범죄’를 유발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이주민들이 겪는 억압과 고통은 끔찍한 수준에 이를 것이다. 미등록 이주자 단속은 미등록 체류와 취업 자체를 범죄화하는 정책이다. 이미 한국에서 추방된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입국을 위해 여권 이름을 바꾸어 입국하거나 위장 결혼을 통해 입국하면 일명 ‘지능 범죄’로 처벌받는다.

체류 자격이 있는 이주자들의 처지도 함께 나빠질 것이 분명하다. 이들 중 소위 ‘불법 체류자’ 가족, 친척 또는 친구를 두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수많은 이주자들이 정부의 감시와 수사 대상에 오를 것이고, 경찰의 부당한 이주자 공격과 학대가 늘어날 것이다. 최근 법무부가 귀화신청자들의 신청을 불허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것도 시사적이다. 귀화 신청은 합법적 체류 자격을 가진 사람만이 일정 요건을 갖추었을 때 할 수 있는 것인데도, 최근 귀화 불허 건수가 2년 만에 6배 증가했다.

흔히 정치·경제 위기 때 지배자들은 가장 취약한 집단을 마녀사냥해 대중의 분노를 다른 곳으로 향하게 하는 통치 수법에 의존해 왔다. 즉, 이런 공격은 궁극적으로 전반적인 사회 통제 강화를 겨냥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 정부의 마녀사냥에 맞서 이주자들의 권리를 방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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