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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표절 시비 이면에 숨겨진 추악한 저작권 논란’(16호 독자편지)을 읽고

난 초등학교 때부터 어느 가수의 팬클럽 활동을 하며 음반을 사고, 돈 내고 음원을 다운 받았다. 워낙 ‘어둠의 경로’가 잘 발달된 우리나라에서 공짜로 음악을 다운 받지 않고 어떻게든 값을 지불하고 들으려고 한 내가 친구들 사이에서 별종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나는 돈 없어서 좋은 음악을 만들지 못하는 음악가들을 염려했다. ‘불법 음악 다운로드가 음반계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문구. 그것만을 떠올렸고, 좋은 음악이 생산되기 위해서는 저작권이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공짜로 다운 받으려는 사람들만 잘못인가? 문화는 자유롭게 공유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영화 〈일 포스티노〉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마리오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마틸다에게 쓴 시를 왜 베아트리체에게 주었냐고 묻자 마리오는, “시는 쓴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것”이라고 말한다. 음악도 음악을 만든 사람만의 것일 때보다 필요로 하는 모두의 것일 때 더 가치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가 없이 음악을 들으려고 하면 돈 없는 사람들은 절대 음악가가 될 수 없다. 대형 기획사들에 치이고, 불법 다운로드 받는 사람들에게 뜯기면 돈 없는 음악가는 생계 유지가 불가능하다. 인디 음악뿐만 아니라 인디 영화, 연극 등도 마찬가지다. 이 사회에서는 돈 안되는 것을 하고 살 수가 없다.

따라서 새로운 사회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무료로 음악을 향유해도 음악가의 생계 걱정을 하지 않기 위해서. 돈 되는 곳으로만 돈이 모이는 지금의 지루한 음악계가 변화하기 위해서. 아이돌 일색의 지금의 음악계, 너무 재미없지 않은가?

▷관련 독자편지 : 표절 시비 이면에 숨겨진 추악한 저작권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