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노동자대회에서 ‘이용석노동자상’ 받은 정수운 씨:
“나를 인간 대접 않는 자들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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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4일 서울역에서 ‘비정규직 노동기본권 쟁취! 모든 형태의 해고 반대! 전국비정규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서 ‘이용석노동자상’을 수상한 정수운 동지는 성신여고에서 잇따라 무려 3번의 해고를 당했지만 굴하지 않고 투쟁하고 있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다.
정수운 동지는 성신여고 행정실에서 수납 업무를 담당해 왔다. 그녀는 “학교 행정실, 시설관리, 급식업무 등 학교의 각 업무마다 다양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며 “이들은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고 1백75일, 2백60일처럼 날짜까지 정해서 계약하고, 나오는 날만 임금을 준다. … 근무조건이 열악하기 짝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세 번이나 해고당한 과정에 대해 그녀는 “2007년 비정규직법을 이유로 해고당한 뒤 싸워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노조에 가입했다. 학교는 사회적으로 공론화되는 것이 싫었는지 해고를 철회했지만 그리고 몇 개월 뒤 다시 정리해고를 했다. 4개월의 투쟁 끝에 복직했지만 이번에는 업무상 실수를 빌미로 또다시 징계 해고를 했다. 그동안 왕따시키고, 업무도 제대로 주지 않고 온갖 탄압을 하면서 해고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성신여고가 그녀를 이토록 집요하게 탄압한 이유는 “감히 비정규직이 ‘대(大)성신재단’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교장과 이사장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재단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사회에 낱낱이 고발했다는 괘씸죄”라는 것이다.
“나는 인간이다”
성신재단은 2007년 비정규직법을 이유로 재단 소속 초·중·고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량해고했다. 2008년에는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청소용역 노동자들을 해고하기도 했다. 성신여대는 학생들의 자치권도 제대로 인정해지 않아 투쟁이 끊임없이 일어날 정도로 악명 높은 재단이다.
정수운 동지는 “재단의 설립취지가 ‘여성도 사회 공헌을 해야 한다’, ‘신여성을 키우겠다’는 것인데 오히려 가장 어렵게 일하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악랄한 핍박 속에서도 투쟁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을 그녀는 이렇게 설명했다. “성신여고를 그만둬도 비정규직으로 살 수 밖에 없는 사회라면 그 고리를 여기서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인간이다. 재단이 나를 인간으로 대접했다면 싸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재단은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업신여겼다. 맞서 싸우면서 늘 내 아이에게 비정규직이 이런 대접을 받는 세상을 물려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정수운 동지는 힘든 조건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비정규직을 없애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불변의 원칙이다. 오늘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노동자대회에 나온 것처럼 더 많이 함께 싸운다면 이길 수 있다. 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는 세상을 위해 힘을 합쳐 싸우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민주노총이 앞장서야
10월 24일 전국비정규노동자대회에는 공공노조, 금속노조, 여성연맹 등 민주노총 노동자들과 사회단체 회원 등 1천여 명이 참석했다. 민주노총 정의헌 수석부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더욱더 많은 비정규직을 만들어내기 위해 비정규직 관련법을 개악하려고 혈안”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정부가 집중단속을 벌이며 극심한 탄압을 받고 있는 이주노조 활동가는 경제 위기와 정부 탄압으로 “이주노동자들이 97년 이후 가장 힘든 상황”이라며 “한국 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함께 싸우자”고 호소했다.
특히 많은 대열을 이끌고 참가한 공공노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지부 김성금 사무국장은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는 “공기업 해고 선진화”이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일회용품으로 사용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이명박 정부에 맞서 싸우자”고 주장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채택한 ‘비정규직 조직화 — 권리보장 선언문’의 내용대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노동기본권을 위해 투쟁하는 데 민주노총이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