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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미디어법 판결:
헌법재판소가 권력자들의 최후의 보루임을 보여 주다

10월 29일 헌법재판소가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에 대해 재투표·대리투표 등의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통과된 법 자체의 효력은 있다고 판결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줬다.

“위조지폐라는 건 분명한데, 화폐로서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입시부정은 있었지만 합격 무효로 볼 수 없다”(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황당한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렇게 헌법재판소가 “MB재판소”가 되는 굴욕을 자처한 것은 ― 28일 용산 철거민들에 대한 선고 공판 결과에서 드러난 것과 마찬가지로 ― 사법부의 본질이 부유층·권력자들의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이윤선

미디어법 개악은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밀어붙이기 시작한 것으로 이명박 정부의 상징과 같다. 지난해 촛불운동으로 큰 타격을 받은 이명박 정부는 올해 7월 모든 것을 걸고 미디어법 개악을 통과시키며, 4대강 사업 추진, 비정규직법 개악 같은 향후 악행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다. 미디어법의 효력을 무효화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를 무력화하고 체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위험천만한 결정이라고 헌재는 판단했을 것이다.

무력화

사실 헌법재판소가 진보적인 결정을 내린 때는 대중의 불만을 수용해야만 하는 거대한 압력을 받았을 때였다.

예를 들어, 1996년 ‘5·18 특별법’을 합헌으로 판결한 것은 법률적으로는 “위헌가능성을 지적하면서도” 전두환·노태우를 구속해 처벌하라는 대중의 거대한 반감과 운동의 요구를 “절묘하게 수용”한 것이었다. 또, 2004년에 노무현 탄핵을 기각한 것도 탄핵 반대 운동이 거대하게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반면,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순수하게 법률적 측면에서 보면 위헌”이라고 말하면서도 “남북 대치상황 등 국가적 현실을 고려”해 합헌 판결(1990년)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미디어법 개악 직후에 ‘의원직 총사퇴’ 등을 거론하며 투쟁에 나설 듯하다가 결국 헌재 판결에 모든 것을 맡기고 투쟁을 사실상 정리한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었다. 아쉽게도 민주노동당·진보신당, 언론노조 등의 진보진영도 투쟁을 확대하기 보다 ‘제도권’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압력에 굴복했다.

그러나 이번 10·28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고 헌재가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위법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서 나타나듯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중의 불만은 매우 크다. 진보진영이 이런 불만을 조직하고 미디어 악법에 맞서는 투쟁을 조직하는 데 적극 나선다면 미디어법을 시행하려는 이명박 정부를 좌절시키고 미디어법을 실질적으로 무효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국민의 몫이고, 국민이 판결해야 한다”는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의 말이 허언이 되지 않도록 진보진영이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