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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대안’ 출범을 보며 드는 기대와 우려

최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남윤인순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등 대표적 시민사회단체 지도자들이 주축이 된 ‘희망과 대안’이 공식 출범했다. 이들은 내년 지방 선거에서 ‘좋은 후보 만들기’, 정치연합을 위한 담론 형성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며 총선과 대선에서도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정치적 중립성’을 말해 온 시민사회단체들이 “정치중립 도그마를 깨자”(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며 나서게 된 것에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발이 크게 작용했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20여 년간 확대돼 온 민주주의와 인권, 공정성과 투명성, 합리성과 상식 등 많은 긍정적 가치들을 훼손하고 있”(창립선언문)기 때문이다. 비판적 시민사회단체들에게는 보조금을 끊는 방식으로 치졸하게 탄압하고 국정원을 동원해 사찰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중립’은 설 자리를 잃었다.

따라서 희망과 대안의 출범은 이명박 정부나 우파들에게는 상당히 껄끄러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 희망과 대안의 창립식에 보수단체 노인들이 난입해 아수라장으로 만들며 방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 진보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대안의 출범은 이명박 정부를 심판할 ‘희망’과 ‘대안’을 기대하게끔 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활동에는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

“민주당까지 포함한 정치권 내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블록[을] … 포함하는 보다 넓은 구도”(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은 이번 10.28 재보선에서 안산 상록(을)의 민주당 후보와 진보 후보 임종인 사이에서 불필요할 뿐 아니라 해악적인 후보 단일화를 압박하며 중재자 구실을 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선거를 위한 전략적 동맹을 추진하면 진보적 가치는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하승창 희망과 대안 상임운영위원은 “반신자유주의 진보연합은 민주당 빼자는 걸로 인식된다”며 “민주당도 합의할 수 있는 정책”으로 ‘연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파병은 이미 지나간 것이고, 한미FTA도 비준만 남은 상태”기 때문에 “지나치게 따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파병과 FTA 반대 등 가장 중요한 진보적 가치를 민주당 때문에 제거한다면 도대체 무엇이 남는단 말인가.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맺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당선 가능성을 고려하자고 한다. 민주당이 참여해야 선거에서 “활로가 생길 것”(하승창)이란다. 그러나 이를 통해 한나라당의 당선을 저지한다고 해도 “한나라당과 크게 다르지 않은” 민주당의 당선은 진보적 가치를 지지한 사람들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다. 정치적 환멸 속에 우파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원석 처장의 말대로 ‘정치적 중립성’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독립성”이다.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과도 확연히 다른 진보적 가치를 위해 싸울 때만 이명박 정권을 “일패도지”(박원순)하게 만들 수 있고 진정한 ‘희망과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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