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선거에서 전투적 좌파인 ‘금속노동자의 힘으로 노동해방을 여는 노동자회’(이하 금속노힘)의 김성락 후보가 중도실용노선을 표방한 ‘전조합원과 함께 고용복지희망 여는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이하 전민투) 박홍귀 후보를 누르고 지부장에 당선했다.
이번 기아차지부 선거는 현대차지부 이경훈 위원장과 비슷한 중도실용 노선의 박홍귀 후보가 결선까지 진출하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19년 연속 파업의 고리를 끊을” 박홍귀 후보를 띄워주기 바빴던 사측과 보수언론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섯 개 지회 중 가장 큰 화성지회와 정비지회에서도 금속노힘 후보가 당선했고 전민투는 소하지회에서만 당선했다. 이처럼 금속노힘과 민주파 후보들이 많이 당선한 것은 경제 위기에 따른 고통전가에 투쟁으로 맞서고자 하는 조합원들의 열망을 보여 준다.
박홍귀 후보를 제외한 ‘민주파’ 후보들의 공약은 대체로 비슷했음에도 김성락 후보가 당선한 것은 지난 몇 년 동안 현장에서 보여준 금속노힘 활동가들의 실천 때문이다. 금속노힘 현장 활동가들은 사측의 공격에 맞서 현장에서 행동을 조직했고 비정규직 투쟁 연대, 미군기지 건설 반대, 한미FTA 반대 투쟁 등에서 대체로 모범을 보였다. 반면 지난 몇 년 동안 ‘민주파’ 집행부들은 전환배치 인정, 생계잔업 2시간 양보 등 사측의 공격에 타협해 왔다.
최근 기아차는 환율 상승과 정부의 세제 혜택으로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걸맞는 양보를 하지 않고 있다. 퇴근시간 감시 등 현장통제가 심해졌고 노동강도도 강화되면서 노동자들의 불만은 쌓여 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조합원들은 “더 센 놈”이 집행부를 장악해서 사측과 정부의 공격에 맞서주길 바란 것이다.
금속노힘이 상대적으로 힘든 부서와 젊은층 그리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얻었던 것도 이와 관련 있는 듯하다.
한편, 결선에 진출한 박홍귀 후보도 상당히 득표했다. 이것은 그가 단지 정치파업 중단 등을 말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현대차지부와 통합, 복지 향상, 주간연속2교대 등 조합원들에게 솔깃한 공약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소하리 공장에서만 전민투가 당선했는데 전임 금속노힘 집행부가 투쟁을 제대로 조직하지 못한 결과다.
이 점은 금속노힘 활동가들이 금속노조 탈퇴 주장이나 정치파업 비난 등 우파적 압력에 굴하지 말고 조합원들의 열망을 확실하게 투쟁으로 조직해야함을 말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