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일제고사, 자사고 확대 등 경쟁강화 교육 정책을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한마디로 광란입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그 증세가 더 심해졌죠. 교육은 그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고 또다시 재생산하는데, 몰상식하고 야만적인 사회가 그대로 교육에 반영돼 있고 그런 교육에 의해서 다시 그와 같은 사회가 만들어지는 악순환입니다.

결국 지배계층의 교육을 통한 대물림 구조를 강화시키려는 것입니다. 영어 유치원에서부터, 사립초등학교, 국제 중학교, 특목고와 자사고, 상위권 대학, 그 다음에 미국 유학으로 이어지는, 이런 과정을 통한 대물림 지배구조가 이명박 정권 들어서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오래전부터 대학평준화를 주장해 오셨습니다. 왜 대학평준화인가요?

유럽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대학평준화 체제가 절대 다수고 보편적입니다. 우리가 교육 문제를 바라볼 때 그만큼 근시안적이고 우물 안 개구리라는 거죠.

우선, 학생들을 경쟁 구조에서 구해내야 합니다. 그리고 사교육 광풍에서부터 해방해야 합니다. 초중고등학교가 대학 입시에 종속돼 있는 이 구조에 의해서 교사들까지도 참된 교사로서의 자리를 위협 받고 있습니다. 이른바 교육의 3주체가 대학이 서열화돼 있는 이 구조에 의해서 모두 고통받고 있습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학서열체제가] 인문사회과학을 반(反)학문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인문사회과학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학문이고 정답이 없는 학문입니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생각을 물어서는 그 생각을 토대로 줄을 세울 수가 없으니 생각을 묻지 않고 대신 암기를 요구합니다. 논리와 사고의 학문이어야 하는 인문사회과학을 암기과목으로 바꿔 버린 것입니다.

예컨대, 사형제도에 대해서, 성소수자에 대해서, 노동조합이 민주주의 발전에 어떤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뭐 이런 건 묻지 않습니다. 오로지 이런 식이죠. 사형제도가 실질적으로 폐지된 나라가 어느 나라냐, 동성애자가 결혼할 수 있는 나라는 어느 나라냐. 역사에 대한 안목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연대를 암기시키는 식입니다.

이것은 대학이 서열화돼 있기 때문입니다. 서열화된 대학에 맞춰서 학생들을 줄 세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회 구성원들에게 비판적 안목을 주지 않는 것은 [지배계층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아주 강력한 기제 중 하나예요. 대학서열화는 지배의 강력한 기제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평준화’하면 보수 언론과 보수세력들은 하향평준화를 말합니다.

최근 연구 결과는 상위 5퍼센트 학생들을 제외하면, 평준화 지역의 학생들이 비평준화 지역의 학생들보다 [성적 향상률이] 높다는 것을 보여 줬어요.

또 이른바 정보화 시대, 지식 기반 사회라고들 하는데, 여기서 필요한 게 무엇일까요? 창조성과 상상력이에요. 근데 그것이 지금 이 구조에서 나올 수 있습니까?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 고등학생들이 도저히 못 참겠다고 하면서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능성이 있어요. 작년 촛불시위에도 여고생, 여중생 들이 나왔듯이 말입니다.

이것 말고는 제도에 의한 변화로 가능할 텐데, 그러려면 우선 한나라당이 약화돼야 하고 그런 만큼 진보정당이 몇십 명이라도 국회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