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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보장과 대북 쌀 지원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투쟁은 정의롭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쌀농사가 풍년이다. 그러나 풍년의 기쁨을 누려야 할 농촌에는 오히려 농민들의 한숨만 커지고 있다. 풍년으로 쌀값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가 대북 쌀 지원을 중단하면서, 쌀 재고가 늘어나 문제를 더 키웠다.

농민들은 이미 몇 달 전부터 가을에 쌀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쌀값 대란은 없을 거라며 농민들의 요구를 무시했다. 농가부채를 탕감하고 소득을 보장하기는커녕, ‘농가 재무구조 건전화’를 명분으로 농토 매각을 부추기고 보조금을 선별 지급함으로써 기업농에 유리한 계획(농업선진화 계획)만 내놨다. 그리고 농민들의 투쟁이 확대되자, 국정원과 농식품부는 “전농을 고립시켜 입지 약화를 도모”한다는 ‘전농 죽이기’ 계획을 세웠다.

결국 쌀값 대란은 현실이 됐다. 생산지 쌀값은 10년 전 12만 원(80kg 기준, 이하 동일 기준)과 다를 바 없는 14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 그런데 비료값, 기름값 등 생산비는 10년 전보다 3배 이상 폭등했다. 농사를 지을수록 빚더미만 쌓이게 되는 구조다.

그래서 쌀값 폭락에 직면한 농민들은 눈물을 머금고 논을 갈아엎거나, 나락을 불태우고 지자체 청사에 쌀을 쌓아 두는 등 정부에 항의하고 있다. 농민들은 쌀 대북 지원 재개와 법제화, 쌀 목표가격 21만 원 보장, 저소득층 쌀 현물지원 확대, 해외 원조 확대 등을 요구한다.

폭락

농민들의 요구는 완전히 정당하다. 쌀값 폭락은 농업을 자본주의적 시장 논리에 종속시킨 결과다. 역대 정부들은 도시 노동자들에게 저임금을 강요하려고 곡물가를 낮은 수준에서 인위적으로 통제했다. 그나마 농민들의 요구로 추곡수매가는 조금씩 인상됐지만, 농민들의 삶을 근본에서 개선할 수준은 못 됐다.

그러다 1993년 시작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을 계기로, 정부가 농업을 시장에 맡기면서 농민들의 처지는 급속히 악화했다. 1995년에서 2001년까지 농가소득은 9.7퍼센트 늘었지만, 농가부채는 무려 1백22.4퍼센트나 늘어났다. 급기야 2005년 노무현 정부는 WTO 농업 보조금 축소 규정을 지켜야 한다며 추곡수매제를 폐지했고, 농가 소득 보장을 위한 목표가격조차 시장가격의 변동에 연동시켰다.

그 결과 목표가격은 계속 낮아지게 됐고, 현재의 목표가격 17만 원으로는 생산비도 충당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농민들은 목표가격을 21만 원으로 올리고, 시중 쌀 가격과의 차이는 정부가 지원하라고 요구한다.

이런 요구는 노동자들이 소비하는 쌀값을 올리지 않으면서도 농민들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노동자와 농민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다. 재원은 부자 감세액 80조 원의 일부만 투입해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대북 쌀 지원 재개 요구와 저소득층 쌀 지원, 쌀 해외 원조 확대 요구도 정당하다.

남한에서 쌀이 남아도는 동안, 북한은 1백80만 톤의 식량이 부족해 8백70만 명이 기아에 직면해 있다(세계식량계획).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쌀은 군량미로 쓰일 수 있다며 대북 쌀 지원 요구를 냉혹히 거절하고, 고작 옥수수 1만 톤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남한의 결식아동도 70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명박은 내년도 결식아동 예산 4백21억 원을 삭감하려 한다. 반면 농민들은 기초생활보장대상자 중 신청자에게만 쌀 가격 절반을 지원해 주던 것을 대상자 전원에게 무료 공급하고 차상위 계층까지 지원을 확대하라고 요구한다.

농민들의 요구는 농업을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농민들의 투쟁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이면서, 동시에 자본주의 시장 논리에 도전하고 민중의 연대를 구현하려는 정의로운 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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