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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관련 MB의 말 바꾸기와 이(李)ㆍ박(朴)투구를 어떻게 볼 것인가

행정도시 수정 계획이 슬슬 흘러나오더니, 결국 이명박 정부는 세종시를 행정도시에서 기업도시로 변경하기로 오늘(11월 13일) 확정해 발표했다.

이명박은 올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 부처 이전을 백지화해 수도권의 보수층을 결집시켜려 시도한 듯하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박근혜의 강력한 반발에 오히려 직격탄을 맞고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이명박의 치졸한 말 바꾸기는 엄청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는 행정도시 건설 방안에 대해 “군대라도 동원해야 하느냐”며 강하게 반대하다가, 2007년 대선 때는 행정도시 원안 추진을 여러 차례 약속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양심상 그대로 하기 어렵다”며 또다시 말을 바꾼 것이다.

이 때문에 “무슨 양심을 두 개씩이나 달고 사는지 모르겠다”, “양심을 판 사기 대통령”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박근혜의 ‘원칙’도 이명박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한나라당 의원 전여옥은 “당시 한나라당 지도부는 … 이 법에 반대할 경우 충청권 의원들이 다 탈당하겠다고 하는 등 위기의식을 느껴 일단은 합의를 해주고 정권을 잡으면 되돌리자는 아주 쓰라린 선택을 했다고 본다” 하고 말했는데, 이 지도부에는 박근혜도 포함된다.

행정도시법이 통과되자 이에 반대하며 의원직을 사퇴했던 박세일도 “이 대통령도 대선후보 당시 불분명한 태도를 취했고, 박 전 대표도 국익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 표 때문에 동의해 줬다”며 박근혜 또한 정략적으로 행정도시 건설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박근혜가 행정도시 수정 계획에 강력하게 반발한 것을 “어차피 [내년 지방선거] 공천 문제로 양대 계파가 갈등을 할 텐데, 기다리는 것은 현명한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세종시는 하나의 계기이고, 이제 여권의 권력 게임 시작된 것”(윤여준 전 여의도연구소장)이라고 분석하는 것은 설득력 있어 보인다.

행정도시를 둘러싼 이명박과 박근혜의 이전투구는 보수층을 분열시켜 이명박 정부를 조기 레임덕에 빠지게 만들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진보진영이 이명박 정부에 맞설 공간을 열어줄 수 있다.

그렇다고 혁신도시·기업도시나 지역 골프장 건설 등에 분명하게 반대해 온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의 진보진영이 행정도시 원안을 지지하며 박근혜·민주당과 한편에 서는 것은 엉뚱한 세력과 손을 잡는 꼴이 될 수 있다.

노무현이나 민주당이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추진한 행정도시·기업도시·혁신도시 건설조차 토호·건설사·기업만을 위한 정책일 뿐 노동자·서민을 위한 진보적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행정도시 개인 토지보상금 중 40퍼센트가 넘는 1조 원가량이 외지인에게 돌아갔고, 보상금으로 큰돈을 번 토호들도 보상금만 받고 떠나기 일쑤였다. 반면, “이주민 절반 정도가 1억 원도 안 되는 보상비를 받았는데 수입이 없다 보니 3년여 동안 생계비로 야금야금 까먹고 있다.”

또, “조치원이 세종시와 오창산업단지 사이에 끼어 황폐해지고 있다”는 지적처럼 행정도시·기업도시·혁신도시는 한 지역의 일자리나 상권을 다른 지역으로 옮겨오는 것일 뿐 노동자·서민의 삶을 개선하는 정책이 전혀 아니다.

원주·충주·태안·무안·무주 등의 기업도시 실패는 노무현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이 부동산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붐이었을 뿐 실제 기업 투자를 유치하지도 못했다는 점을 명백히 보여 준다. 게다가 노무현 정부는 행정도시법이 확정되자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 줘 수도권 집중 현상을 오히려 부추기기도 했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이명박 정부의 행정도시 관련 말 바꾸기와 기만을 비판해야겠지만, 박근혜·민주당의 입장를 지지해서도 안 된다.

기업도시·행정도시 등을 건설할 것인가 아니면 ‘4대강 삽질’을 할 것인가의 선택이 아니라, 진정으로 지역의 노동자·서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도록 보육·교육·의료·문화 시설 등의 복지를 지방에 우선적으로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올바른 입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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