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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역 전문가 유달승 교수(한국외대 이란어과)가 말하는 아프가니스탄의 현실과 파병의 문제점:
“파병은 한미동맹과 자원 확보를 위한 것”

유달승 교수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그야말로 게릴라 전쟁입니다. 마치 베트남 전쟁처럼, 주민들이 어떻게 저항 세력과 연결돼 있는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어요. 또 아프가니스탄 영토의 80퍼센트를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고, 지역 곳곳에 군벌들이 있습니다. 각 군벌들이 중앙정부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도 알 수 없지요. 한마디로 전선이 따로 없는 지역입니다.

정부가 이번에 재파병 방침을 정하며 지역재건팀(PRT)을 강조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맥락이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지난번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한 뒤 재파병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논쟁을 피하고 싶은 것이고, 둘째는 사람들이 지난 파병 당시 있었던 피랍 사태 등 희생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까 봐 그런 것이지요.

그러나 PRT라는 말 자체가 한 지역을 관할한다는 의미를 포함합니다. 그래서 PRT의 임무에는 경찰 훈련 등 치안과 관련한 부분이 포함돼 있지요. 사실상 파병과 동일한 것입니다.

사실 군인을 전투병과 비전투병으로 구분한다는 것은 말장난 아닙니까? 정부는 나중에 [전투가 벌어지면] ‘자위권’이란 명분을 내세우려는 것인데, 사실 그것도 결국엔 [전투와] 똑같은 것 아닌가요?

이명박 정부가 재파병을 추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봅니다. 첫째는 보수 세력이 강조하는 한미동맹 때문일 것이고, 둘째는 아프가니스탄 주변 지역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예컨대, 최근 투르크메니스탄과 파키스탄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이 개통됐는데,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동참함으로써 나름의 지분을 요구하려고 하는 것이지요.

최근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초점을 탈레반보다는 알카에다에 맞추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저항 세력 내부를 분열시키고 미국의 동맹 체제를 강화하려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파병 결정은 다른 동맹국들의 동참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단기간에 끝날 전쟁이 아닙니다.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것은 미국의 패배를 뜻합니다.

유라시아 패권

그러나 그렇다고 이대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나가면, 미국은 베트남 전쟁 같은 결과를 맞게 됩니다. 그런데 한 번 나간 곳에 다시 들어가기란 어렵습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포기하는 것은 곧 유라시아 패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따라서 당분간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변수가 있다면 미국과 탈레반의 협상 가능성입니다. [아프가니스탄 같은] 무정부 상태에서는 전통적인 세력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강력한 연대 조직 또는 네트워크를 갖춘 곳, 예컨대 이라크에서 미국이 시아파에게 정권을 내 준 것처럼 말이죠.

오바마는 ‘알카에다와의 전쟁’을 강조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탈레반 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분열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본격적인 분열 전략을 추진할 것입니다. 이렇게 내전과 전쟁이 계속되다 보면, 투쟁에 피로감을 느끼는 세력이 생기기 마련이고 미국은 그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 하겠죠.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있는 것은 절대 아프가니스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아프가니스탄에 친미 정권을 세우고 파키스탄까지 안정화시키는 것이 미국이 이 전쟁을 통해 얻고자 했던 바였죠. 이 지역을 장악할 때 유라시아 패권도 더불어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아프가니스탄의 진정한 평화와 번영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나가야만 가능합니다.

한국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파병은 이것이 마지막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아프가니스탄에서 희생자가 생긴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정부는 파병군과 재외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추가 파병을 하려 할 것입니다. 베트남 전쟁에 그렇게 많은 한국군이 파병될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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