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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교전: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부른 군사적 충돌

지난 10일 오전 서해 대청도 인근 해안에서 남한 함정과 북한 경비정 사이에 교전이 발생했다. 1999년과 2002년에 이어 세번째 서해교전이다. 남한 측은 사상자가 없고, 북한 측은 함정이 반쯤 파손된 상태로 돌아갔고, 병사 1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는 이번 충돌이 북한이 북방한계선(NLL)을 불법적으로 침범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국제적으로 공인 받지 못하는 근거 없는 억지일 뿐이다.

NLL은 정전협정 합의 사항이 아니다. NLL은 정전협정을 반대한 이승만 정부가 남측 단독으로 북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규정한 유엔군사령관 휘하의 남한 해군 내부 규정이었다. 즉, 남쪽이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북쪽 한계선이다. 만약 북한의 남침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면 “남방한계선”이라 불러야 마땅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조차 NLL 인근 해역을 “분쟁수역”으로 규정하곤 했다. 1999년 1차 서해교전 때도 미 국무부 대변인은 NLL 인근 해역을 “공해”라고 규정했다.

국방부는 남한 함정의 경고사격에 대응해 북한 경비정이 먼저 남한 함정에 50여 발을 조준 사격함으로써 교전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남한 함정은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2차 서해교전 때 북한 해군 전력이 남한 해군 전력에 비해 압도적으로 열세라는 점이 명백히 입증됐는데도, 북한이 경비정 한 척만으로 먼저 도발했다는 것은 석연치 않다.

국방부의 정보 통제 때문에 북한 당국 주장대로 남한 함정이 먼저 북한 경비정을 조준 사격 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국방부 발표대로 남한 함정이 경고사격을 가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북한 경비정 앞바다를 겨냥했다면 북한 경비정 처지에서는 경고사격인지 조준사격인지 분간할 수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남한 함정의 경고사격이 북한 경비정의 대응 사격을 유발했을 개연성이 크다. 그런데도 이후 남한 함정은 북한 경비정에 4천9백50여 발을 쏴, 산술적으로만 봐도 “99배로 응사”해 문제를 키웠다.

게다가 북한은 14.5mm 함포로 50발을 쏜 반면, 남한은 40mm 함포 2백50발에 20mm 발칸포 4천7백 발로 대응했다. “10여 발만 명중했어도 침몰 또는 항해가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40mm 함포로 무자비하게 응사한 것이다.

우발적?

〈조선일보〉는 “교전규칙을 단순화하고 현장 지휘관의 재량권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며 과거 서해교전과 달리 남한 해군이 북한 경비정을 신속하게 격파했다고 격려했는데, 오히려 이 때문에 서해에서 ‘우발적’ 교전 위험만 키웠다.

2004년 노무현 정부는 ‘경고방송→시위기동→차단기동→경고사격→격파사격’으로 돼 있던 교전규칙을 개정해 ‘경고방송 및 시위기동→경고사격→격파사격’의 3단계로 단순화하고 신속한 대응을 위해 현장 지휘관의 재량권을 강화했다. 더 나아가 이명박 정부는 올해 1월 현장 지휘관 재량에 따라 아예 1단계 경고통신 과정을 생략하고 곧장 경고사격에 돌입할 계획을 발표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임기 내내 북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북한 어선과 경비정이 NLL 남쪽으로 넘어온다면 강경 대응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해 왔다.

이렇듯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에 더해, 교전규칙 단순화와 현장 지휘관 재량권 강화 결과, 1999년 1차 서해교전 때는 북한 경비정이 NLL 남쪽으로 내려온 지 나흘 만에 대응한 반면, 이번에는 9분 만에 남한 함정이 북한 경비정에 경고 사격했던 것이다.

벌써부터 합참은 교전 ‘승리’를 자축하며 이번 교전을 “대청해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교전 참가자들을 포상하겠다고 한다. 앞으로도 남한 정부의 이런 호전적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북한과의 위험천만한 군사적 충돌 위험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이번 사건은 미국의 대북 압박이 계속되는 현실과도 관련돼 있다. 약간 엇박자가 있긴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은 기본적으로 북핵 폐기 없으면 지원도 없다며 미국의 대북 압박에 협조하는 것이었다.

최근 북미 간 대화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미국은 대북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북미 협상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협상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난항을 겪을 공산이 크다.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과 체제 안전보장을 요구하는 북한에 양보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 양보하더라도 약속을 지키지 않을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2차 서해교전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은 북미 협상을 앞두고 자신의 요구를 시위하기 위해 NLL을 무시함으로써 정전협정 체제의 불안정성을 부각시키려 했을 수도 있다. 미국의 대북 압박과 한국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이 계속되는 한, 한반도는 군사적 충돌을 포함한 불안정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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