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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발전의 이론》: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 입문을 위한 뛰어난 길잡이

《자본주의 발전의 이론》 폴 스위지 지음, 필맥, 552쪽, 2만 원

△《자본주의 발전의 이론》, 폴 스위지 지음, 필맥, 552쪽, 2만 원

이 책의 저자는 영국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모리스 돕과 벌인 ‘자본주의 이행논쟁’, 폴 바란과 함께 쓴 《독점자본》으로 유명한 폴 스위지다. 그는 2004년에 94세를 일기로 작고했는데, 올해로 60년을 맞는 〈먼슬리 리뷰〉의 창간자로서 지난 반세기 이상 미국 좌파 지식인의 상징이었다.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의 원리’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제2차세계대전 중인 1942년에 처음 나왔다. 스승인 슘페터와 같이 주류 경제학의 대가가 될 수도 있었던 폴 스위지는 공황, 파시즘, 전쟁이라는 자본주의의 야만을 겪으며 급진화했다. 그는 케인스 경제학에도 관심을 가졌지만, 자본주의의 모순을 바로 꿰뚫어 보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무기는 마르크스주의뿐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자본주의 발전의 이론》은 이러한 결론에 따른 그의 첫 발걸음이었다.

이 책은 1960년대 급진적 운동의 고양기에 서구에서 영향력 있는 저작이었다. 국내에도 1986년에 《자본주의 발전이론》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출간된 바 있는데, 그 전에도 ‘운동권’ 서클들이 원서의 복사본을 갖고 열심히 공부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은 60여 년이 지난 지금 새롭게 번역돼 나올 만큼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 입문서의 고전으로 여전히 훌륭하다.

자본주의 체제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한 방법론에서 가치론, ‘전형문제’에 이르기까지 주요 개념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그 내용과 맥락을 올바로 설명하고 있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이 책이 단지 입문서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저자는 ‘전형문제’나 ‘붕괴논쟁’, 공황의 원인으로서 불비례설, 과소소비설 등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내에서 그 동안 논쟁이 돼 온 이론적 문제들에 대한 저자 나름의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논쟁은 비록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최신 쟁점은 아닐지라도 알아둘 필요가 있는 중요한 것이다. 저자의 기여가 모두 타당한 것은 아닐지라도 독자들은 그의 논지 전개를 통해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독점, 국가, 제국주의, 정체경향, 비생산적 지출의 증대, 파시즘 등 당시 자본주의의 구체적 현실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는데, 지금 보더라도 동시대 자본주의와 그 후 추세에 대한 설명으로서 상당한 설명력을 갖추고 있다.

개혁주의에 대한 비판과 혁명적 관점의 옹호도 이 책의 주요 특징이자 장점이다. 저자는 베른슈타인이나 힐퍼딩과 같은 이들의 자본주의 분석과 점진적인 개혁을 통해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소하고 사회주의를 이룰 수 있다는 개혁주의적 정치를 비판한다. 그리고 자본주의 자체를 폐지해야 그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 책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소소비설로 공황을 설명하려는 시도나 독점과 정체에 대한 그의 설명의 이론적 문제점 등을 들 수 있겠다. 저자의 관점보다는 이윤율 저하를 핵심 원인으로 공황이나 정체 등을 설명하는 관점이 더 타당해 보인다.

《자본주의 발전의 이론》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더 잘 이해하고픈 이들에게 매우 유용한 책임에 분명하다.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이 낯선 사람들에게 이 책이 결코 쉽지는 않을 텐데,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시대의창)이나 《자본주의란 무엇인가》(책갈피) 등 서점에서 구할 수 있는 더 쉬운 책들을 먼저 읽어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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