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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국적 허용을 위한 국적법 개정:
이중국적의 허와 실, 그리고 대안?

2009년 11월 13일 법무부가 복수국적 보유를 인정하는 국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이중국적 허용에 대한 우려와 논란이 다시 나타났다. 다만 예전과 차이점은 원정출산, 병역기피 등과 같은 부작용에 대한 기존의 비난 외에도 해외입양인, 결혼이민자, 화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배려라는 긍정적 평가가 첨가됐다는 점이다. 이는 이중국적이 언제나 한국인이 외국적, 주로 미국적을 추가로 취득하는 문제로만 인식됐던 과거에서 벗어나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법적 지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긍정론자들은 복수국적 또는 이중국적 허용은 국제화 흐름에서도 그렇거니와 소수자들의 사회통합과 권리 존중, 그리고 인구정책 운용 차원에서라도 적극 넓혀가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내에 거주 중인 외국인 수가 1백10만여 명이 되고 한국의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통일 등을 감안할 때, ‘순혈주의’나 ‘단일국적주의’에 사로잡혀 나라의 문을 닫아 버리는 과오를 범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현실에 맞게 법을 고쳐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국적법 개정안이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국민이 자발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 한국 국적을 자동 상실하게 되는 조항은 변함이 없다. 또한 화교, 입양인, 결혼이민자 등에게 주어지는 이중국적도 한국에서는 외국 국적을 행사할 수 없는 반쪽짜리 지위일 뿐만 아니라 한국같이 후천적 이중국적을 불허하는 나라 출신이면 한국 국적 취득과 함께 본국 국적을 자동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 주로 이민을 받아들이는 나라보다 이민을 보내는 나라들이 단일국적주의를 고수하고 있기에 한국으로 오는 결혼이민자 다수가 이 같은 상황에 직면할 확률이 높다.

한편 이중국적 허용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정부의 의도를 의심하는 자들도 있다. 혹자는 개정안은 미국 한인사회의 일부 특권층을 위한 것이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이중국적 허용은 어린 시절 원정출산을 가는 등 미국 국적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제도라고 평가했다. 또 글로벌 우수 인재에 대한 복수국적 허용 역시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부정론자들은 이번 개정안으로 원정출산 증가는 불 보듯 뻔하게 됐으며, 1등 국민과 2등 국민, 복수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국민과 취득할 수 없는 국민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은 소수민족들에게 적용되는 것과 비슷한 부정적 고정관념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이중국적자는 외국적을 악용해 병역의무를 면탈하고 있다, 대학입시에서 손쉬운 정원외 특례입학을 함으로써 공정한 룰을 어긴다, 국내에서 세금을 정당하게 납부하지 않을 것이다, 국내 의료보험 등 내국인으로서 혜택은 향유하면서 의무는 다하지 않는다 등이 있다. 이 같은 주장은 구체적 근거가 없을 뿐더러 사실과 거리가 멀다. 그나마 현실적인 문제가 남성들에게만 적용되는 병역의무다. 그러나 영주권자의 병역의무를 면제하는 현 상황에서 병역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남성과 여성 모두의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말자는 주장은 일반 국민감정과는 달리 그다지 효율적인 방안은 아니다.

모순

이중국적 또는 복수국적과 관련해 국적법이 개정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적법은 국민이 되는 요건을 정하는 법이다. 대한민국의 국적법은 이중국적을 불허하는 국적 단일주의에 입각해 정부 수립 이후인 1948년 12월 제정됐다. 예컨대 대한민국 국민이 자진해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 경우 한국적을 상실하도록 규정해 후천적 이중국적 발생을 봉쇄했다. 그러나 이중국적 방지에 철저하지는 않았다. 즉 엄격히 불허하였지만 사실상 방임한 것이다. 선천적 이중국적이나 외국인이 새로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해 발생하는 이중국적에 대하여는 해소장치가 미흡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적법은 1962년과 1963년에 부분 개정된다. 1962년 개정법은 혼인이나 인지로 외국인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해 경우 6개월 내에 원 국적을 버려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고 1963년 개정법은 외국인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가 6개월이 경과해도 그 외국의 국적을 버리지 않을 때는 다시 대한민국 국적을 잃도록 했다.

이후 국적법은 1997년 전면 개정돼 부계혈통주의 중심의 내용이 남녀평등적인 내용으로 대폭 바뀐다. 이 같은 국적법 개정으로 이중국적의 발생 원인이 다양화했고 그 건수도 대폭 늘게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은 국적선택제도를 도입해 20세 미만 시 이중국적으로 된 경우는 22세까지, 20세 이후 이중국적으로 된 경우는 그로부터 2년 내에 국적을 선택해야 하며, 이 기간 내에 국적 선택을 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을 상실시켰다. 그러나 병역의무를 이행 중인 자, 고액의 세금 체납자, 중요한 범죄혐의자 등 일정한 이중국적자의 경우 한국 국적 이탈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논란 끝에 병역의무 관련자에 대하여만 대한민국 국적이탈의 자유를 제한시켰다. 이 같은 조치에 혹자는 이중국적자에 대해 내국인으로서 권리는 가급적 억제시키고, 내국인의로서 의무는 가급적 부과하려는 모순된 태도라고 말한다.

그러나 모순은 특정집단을 배제하고 다양한 계급과 문화적 집단을 ‘국민’이란 상상의 공동체로, ‘국토’라는 경계 지어진 영토로 통합시킨 민족-국가의 형성 과정에서 만들어진 국적법의 근본적 본질에 존재한다. 민족-국가 체제는 국민적 충성이 배타적이며 불가분이라는 논리에 기초하지만 강제적 또는 자발적 국제간 인구이동의 증대로 엄격한 적용에는 문제가 많다. 국적은 한 나라의 배타적 권한인데, 국가마다 국적부여 방식이 다른 상황에서 이주자들의 국적문제가 복잡해지고, 점차 이중국적이 증가한 것이다. 예컨대 인위적으로 국경이 그어지면서 한 민족 중에 국경 내에 사는 집단과 밖에 사는 집단이 구별됐고 이 둘은 서로 다른 국민으로 구성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북한 주민이다. 한국 헌법상 북한 지역이 한국의 영토이지만 북한은 유엔의 승인을 받은 국가이기 때문에 국내법상 북한 주민의 북한 국적을 인정할 수 없지만 국제법상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모순이 존재한다. 또한 세계 어느 나라도 혈통주의만 또는 출생주의만으로 국적을 결정하는 나라는 없다.

결론적으로 단일국적주의를 넘어서 복수국적의 허용은 개방된 사회로 향한 진일보라고 할 수 있지만 전 세계가 국경으로 나눠져 서로 경쟁하고 심지어는 지배하고 전쟁하는 민족-국가들의 질서가 근본적으로 바꿔지지 않는 한 진정으로 개방된 사회의 실현은 불가능할 것이다. 오히려 시급한 문제는 출입국법에 의해 범죄자처럼 쫓기며 숨어 살아야 하는 미등록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결혼이민자들의 가족 또한 원한다면 한국으로 이민을 올 수 있게 하는 등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세상에 걸맞게 사람들도 자유롭게 이동해 영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개방된 사회로 향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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