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노동자들의 파업은 우리 모두를 위한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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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가 오늘 새벽 4시를 기해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선언이 있자마자, 악랄하게 단협까지 해지하며 노동자들을 궁지로 몰아붙인 이명박의 ‘충견’인 철도공사 사장 허준영은 노동자들을 향해 독기를 내뿜었다.
허준영은 “이번엔 노조의 버릇을 반드시 고쳐 놓겠다”며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들을 향해 “여러분(이) 제발 철도노조 좀 말려 달라”고도 했다.
그러나 “‘철도(노조의 파업)병’ 치유에 국민의 협조”(〈동아일보〉)를 당부하는 저들의 기대는 처음부터 깨지고 있다. 파업이 선언되자마자 곳곳에서 파업을 지지하는 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네티즌들은 “철도 노동자들이 제발 이명박과 허준영 좀 말려 달라”고 응원했다.
‘아고라’의 파업 지지 글들이 보여 주듯, 이번 파업은 우리 모두의 공공서비스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투쟁이다.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 모델을 만들어 민간부문 전체에 확산시키려 한다. 이명박은 이를 위해 직접 워크숍을 주재하며 ‘선진화’ 추진 상황을 챙기고, 전 경찰청장 허준영을 통해 철도공사에서 ‘모범사례’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정말이지, 이참에 “반드시 버르장머리를 고쳐 놔야” 할 상대는 이명박과 허준영이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 민주주의 후퇴,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추진하며 ‘부자천국·서민지옥’의 “선진화”를 꿈꾸는 이명박, 정당한 투쟁과 요구에 유례없는 단협 해지와 5백여 명이 넘는 고소고발로 응답하고 있는 허준영이야말로 “절대 용서” 받을 수 없는 자다. 허준영은 2005년에도 무자비한 폭력으로 농민 2명을 죽음으로 내몬 살인마가 아니던가!
이들이 지금 노동자들에게 “국민의 이름”을 거론하며 ‘배부른 노동자들이 고통분담을 거부한 채 경제회복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비난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공기업 재정적자를 늘리며 위기를 심화시킨 자들은 막대한 채무를 공기업들에게 떠넘기고, 부자 감세와 4대강 삽질에 매달리고 있는 이명박과 고위 관료들이다.
정부는 공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동결하고 학자금 지원 등 주요한 복지혜택을 폐지하거나 축소하겠다고 한다. 보수 언론은 이것이 “신이 내린 직장”에 필요한 조처라고 말한다.
그러나 임금·복지 후퇴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공기업 임금을 끌어내려 사기업 임금까지 낮추겠다는 것이 저들이 진짜 노리는 바다. 이명박은 진짜 “신이 내린 세계”에 살고 있는 재벌, 부자들에겐 오히려 세금을 깎아 주고 노동자들의 호주머니만 털겠다는 심산이다.
“지나치게 많은 휴일”에 대한 비난도 완전한 생트집이다. 세계 최장시간 노동으로 악명 높은 한국에서 유급휴일은 오히려 늘어야 한다. 이것은 노동자들 삶의 질 개선에 필수적인 과제다.
“선진화” = 대량감원
허준영은 또 전임자 임금이 “젊은 인재 수십 명을 충원할 수” 없게 만든 원인이라고도 비난한다. 그러나 정작 신규채용을 늘리자는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오히려 정원 감축을 거듭 강조해 온 게 누구인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져 〈조선일보〉에게조차 “공기업 채용은 막아 놓”았다고 비판 받은 게 누구인가? 바로 이명박과 허준영이다.
“선진화”로 포장된 이들의 대량감원 계획은 전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불안에 빠뜨리고 있다.
실제로 파업은 일자리를 줄이기는커녕, 일자리를 늘리는 데 일조해 왔다. 철도노조는 지난 2003년에도 파업을 통해 1천5백여 명 인력 확보 약속을 받아냈다. 부산지하철에서도 2004년 5일간의 파업 뒤 수백여 명의 신규채용이 이뤄졌다.
바로 이 때문에, 네티즌들도 “반드시 승리해 더 많은 일자리 창출에 힘을 써 달라”며 허준영이 아니라 철도노조에 기대를 건다.
철도공사와 정부가 이번 파업을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불법’이라고 낙인 찍은 것도 어불성설이다. 임금과 고용을 비롯해 1백 개가 넘는 단협사항들까지 공격하는 ‘공공기관 선진화’에 맞서지 않고 어찌 “근로조건”을 지킬 수 있단 말인가? 이명박이 직접 이런 일들을 관장하는데 어찌 정부에 맞선 정치파업을 피할 수 있단 말인가?
지금 허준영은 노동자들의 요구가 “시대를 역행하는 불합리한” 것이라고 비난하지만, 고용불안과 생활고가 만연한 이 시대에 진짜 필요한 것은 불합리한 정부와 사측에 맞선 투쟁이다.
저들은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으며 ‘강성노조’가 문제라지만, 우리 모두를 위한 파업을 벌이는 ‘강성노조’는 환영 받아 마땅하다.
11월 28일 예정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대규모 시위, 탄압에 맞선 공무원 노동자들의 저항, 노사관계법 개악에 맞선 양대 노총의 파업 가능성 등 “노동계의 동투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이명박은 첫 포문을 연 철도 파업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철도 노동자들의 투쟁은 우리 모두의 투쟁이다. 철도 노동자 파업에 연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