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최갑수 교수 인터뷰:
“서울대 법인화는 대학의 기업화, 대학들간 양극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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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와 서울대가 세종시에 서울대 제2캠퍼스를 건립하는 것과 서울대 법인화를 놓고 ‘빅딜’을 하고 있다는 논란 때문에, 서울대 법인화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교과부는 부처간 조율을 거쳐 서울대 법인화 법안을 확정한 후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내년 예산에 서울대 법인화 지원금으로 2백69억 원을 배정해 놨다. 그동안 서울대 법인화 반대 운동을 이끌었던 서울대 서양사학과 최갑수 교수에게 법인화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들었다.
우선 법인화는 기본적으로 재정지원과는 아무 연관이 없고 핵심은 대학지배구조가 바뀌는 것입니다. 지금은 총장이 대학을 대표하고 이 총장을 교수들이 뽑는데, 이는 교수가 대학의 주인이라는 것이 암묵적으로 합의가 돼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법인화를 하게 되면 독자적인 법인격을 갖게 되고, 이 법인격의 주인은 이사회입니다. 대학의 주인이 법인 이사회가 되고 학내 구성원들은 피고용인이 되는 것입니다. 대학을 기업화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죠.
일본에서도 법인화는 대학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로 행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됐습니다. 정부가 [대학에] 돈을 대지 않기 위해서, 재정 계획의 일환으로 한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법인화되면서 공무원인 대학 직원 10만 명 정도가 떨어져 나갔죠.
그리고 교육부 예산이 줄었는데, 줄어든 부분을 모아서 ‘개혁’을 잘하는 대학에 몰아줬어요. 이때 유수한 대학들이 예산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상위] 10개 미만 대학은 이득을 보고 나머지 70개 대학은 완전히 손해를 봤죠. 법인화하고 나서 양극화가 나타난 것입니다.
노무현 말기에 나온 아이디어가 선택적 법인화입니다. 서울대[본부]는 먼저 [법인화]해서 이득을 보고 나머지 대학에 ‘우리가 모양을 좋게 할 테니까 이거 따라가면 될 거야’ 이렇게 설득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파이[재정]는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드는 것이고, 서울대는 여기서 파이를 좀더 먹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재정지원 안 하려고 법인화하는 것인데 서울대[본부]는 법인화를 통해서 재정을 더 확보하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동상이몽이고 자가당착이죠.
서울대는 아마 법인화해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 고등교육 전체로 보면 엄청난 문제죠. 국립대학 체제가 있어야 유지되는 것들이 있어요. 기초학문과 응용학문 간의 균형발전,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 간의 균형발전,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 간의 균형발전. 그리고 이를테면 국립대학 때문에 사립대학이 등록금을 함부로 못 올리는 등 국립대가 교육 공공성의 버팀목 구실을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서울대가 특권의식으로 혼자 살겠다고 하면 지방대학은 어떻게 되겠어요.
대학의 존재 이유는 사회에 대한 성찰능력을 키우는 것이에요. 이게 없으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돼 있어요. 예컨대 미국[발] 금융위기 같은 경우도, 자본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안 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 준 것 아닙니까. 몇조 달러의 손실이 났고 전 세계가 위기상황을 겪고 있잖아요. 미국 대학은 기업형 연구대학이라서 사회적 영향력이 별로 없어요. [사회에 대한] 성찰능력을 담보해 내는 게 대학인데 말이죠. 이것이 법인화를 반대하는 핵심적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