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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의 계곡>:
‘테러와의 전쟁’을 비판한 최고의 영화

영화평 <엘라의 계곡> 감독: 폴 해기스

이라크에서 이제 막 돌아온 병사 마이크 디어필드는 부대 근처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의 아버지 행크(토미 리 존스)는 보안관 에밀리(샤를리즈 테론)의 도움을 얻어 아들이 어떻게, 왜 죽게 됐는지 밝히려 나선다.

〈엘라의 계곡〉은 실화에 기초한 영화다. 초반에 이 영화를 반전 영화가 아니라 미스터리 수사물로 오인할 수 있다.

그러나 〈엘라의 계곡〉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훌륭하다. 이 영화는 쉬운 길을 따라 가지 않는다. 이 영화는 전쟁의 다양한 측면을 끄집어 내 우리에게 직시하도록 요구한다. 예컨대, 이 영화에서 묘사된 전쟁터는 흑백 논리로 손쉽게 재단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뉴스에서 드물게 병사들의 만행 소식이 나올 때 주류 언론들은 전쟁의 정당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답을 찾으려 애쓴다. 이 영화와 달리 주류 언론들은 자국의 ‘국격’을 위해 무고한 사람을 죽일 것을 명령받은 가난한 집안 출신의 병사들이 동료가 산산조각이 나서 죽는 것을 볼 때 어떤 기분일지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엘라의 계곡〉은 단지 정치적으로 훌륭해 좋은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그 자체로 대단히 훌륭하다.

먼저,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다. 토미 리 존스는 자신이 군대에 보낸 두 아들이 모두 죽은 후 죄의식에 짓눌려 심리적으로 고통받는 아버지 역을 탁월하게 소화했다. 그는 자신의 죄의식이나 전쟁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지루한 독백 없이 얼굴 표정, 동작과 침묵으로 보여 준다.

죄의식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또 다른 특징은 영화가 진행되면서 화면의 질감이 변하는 것이다. 점점 이야기가 미궁에 빠져 들면서 화면의 질감도 거칠어진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너무나 명백해 보였던 것들이 더는 그렇지 않게 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진실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카메라 구도도 경직되고 협소한 구도에서 좀더 트여 있고 유연한 구도로 바뀐다.

감독 폴 해기스는 9·11 사건 후 애국주의가 판을 칠 때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그런 분위기에 도전하고 싶었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별로 돈을 벌지 못했다. 그러나 해기스는 영화가 “자식들을 이라크 전쟁에 가장 많이 보낸 가난한 가정들이 밀집된 미국의 중서부와 남부에서 호응을 얻은 것”에 만족했다.

이 영화는 의심의 여지없이 ‘테러와의 전쟁’ 후 나온 최고의 반전 영화다. 상영이 끝나기 전 최대한 많은 사람을 모아 보러 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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