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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자〉: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살인하는 국가

지난 11월 5일 개봉 뒤 일주일 만에 20만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한 영화 〈집행자〉가 헐리우드 영화에 밀려 한 달 만에 ‘사형 선고’를 받았다.

사형 집행자들의 시선으로 사형수들을 조명하는 이 영화는 우리에게 결코 회피할 수 없는 무거운 질문들을 던진다.

극악무도한 살인마들을 법의 심판대 위에 올려 사형 집행을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인가? 아니면 사형은 국가가 자행하는 또 다른 살인인 것인가?

‘비질하는 죄수들도 얼어붙게 만든다’는 음습한 사형장. 가로 2미터, 세로 4미터의 합법적으로 살인이 허용된 직사각형의 작은 방. 그리고 메케한 크레졸 냄새.

‘쿵!’ 하는 바닥을 찢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몸무게에 목이 졸린 채 몸이 격렬하게 비틀거리면, 마지막 숨이 끊어질 때까지 고작 몇 분. 이런 고통스런 망나니짓이 끝나면 교도관들은 국가로부터 집행수당 7만 원을 받는다.

한 교도관은 자신의 손에 피를 묻혀야 한다는 죄책감 때문에 집행에서 벗어나려 하고, 또 다른 교도관은 20년 넘게 동고동락하며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친구 같은 사형수의 목에 직접 밧줄을 묶어야 한다는 괴로움에 울부짖는다. “이 친구는 이제 손에 칼을 쥐어 주어도 아무도 죽일 수 없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꼭 죽여야 하는가?”

‘사형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 법을 집행하는 것일 뿐’이라고 담담히 자신의 일을 정당화하는 집행자도 사형 집행 후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는다.

이 영화의 정치적 암시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영화에서 국가는 흉악범들을 사회에서 완전 격리해야 한다는 사회 여론을 의식해 12년 동안의 사형 집행 묵계를 깨고 사형을 집행한다. 〈집행자〉는 이명박 정권 들어와서 사형이 집행될 수 있다는 사회 분위기와 가능성을 미리 예견한 솔직한 영화다.

지난 2월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 연쇄 살인을 저지른 강호순 씨가 붙잡히자 한나라당 지도부는 사실상 사형 집행을 공식 촉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얼마 전 사형이 확정된 지 31개월 만에 구치소에서 정남규 씨가 목을 매 자살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노트에 사형이 폐지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 때문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라는 말이 무색하게 국가가 사형이라는 극형을 내린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폭력이다.

극중에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연쇄 살인을 저지른 장용두는 사형 집행장에서 사형집행을 결정한 자들을 향해 냉소와 저주를 퍼붓는다. “나는 더 이상 못 죽이겠지만, 너희는 계속 죽이겠지.” 사형 제도라는 것이 국가가 저지르는 명백한 살인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명대사였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논쟁을 담고 있는 이토록 솔직한 영화가 한 달 만에 종영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없게 됐다는 것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