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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레프트21〉 철도 파업 평가 이견:
전면 파업을 하지 않아 문제였다는 주장은 과도하다

〈레프트21〉 20호에 실린 ‘철도 파업 평가와 과제 - 노조 지도부가 기회를 붙잡지 못하다’는 신속히 상황을 평가하고 다음 국면에 대비하려는 훌륭한 정신을 보여 줬다. 처음부터 상황을 분석하고 평가하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많은 진보 언론과 단체들이 철도노조를 방어하는 데에 열중한 나머지 지도부의 잘못을 전혀 비판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류를 지적하는 용기를 보여 줬다.

그럼에도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며 몇 가지 생각이 다른 점이 있어 글을 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분명히 할 것은, 나도 파업 중단이 잘못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철도노조 지도부는 공기업 노조 무력화와 노동법 개악에 저항하는 운동의 선두에 섰다는 점에서 파업의 정치적 성격을 회피하지 말고 전체 노동자 운동의 진로와 사기를 고려했어야 한다. 철도 파업 후퇴가 대중의 김을 빼고 일말의 불안감을 준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철도노조에 무자비한 탄압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패배를 자초한 배신적 후퇴’라는 뉘앙스로 평가하는 것은 여러 정황을 고려했을 때, 과도한 기준을 들이댄 것이 아닌가 싶다.

여론

기사는 “국민지지 2호 파업”이라는 별칭을 들을 정도로 민주당과 자유주의 언론까지 파업을 지지하고 이명박이 정치적 위기에 내몰린 유리한 조건에서도 “철도노조 지도부는 … 필수유지업무를 철저히 준수하는 합법 파업에 너무 연연하며 … 속전속결로 승리할 수 있는 길을 한사코 피했다”고 비판한다.

필수유지 업무자까지 파업에 동참하는 ‘전면 파업’과 대체인력을 가로막는 피켓팅 전술을 구사해 속전속결로 승리할 수 있었다는 전망이라면 전면 파업은커녕 파업을 중단해 버린 철도노조 지도부가 “기회를 저버리고” 패배를 자초하며 “변명”만 하는 존재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처음부터 철도노조 지도부가 합법주의 때문에 조합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전술을 택하지 않고 파업을 주머니칼처럼 여긴 점을 지적한 것은 옳다. 그렇다고 속전속결이 가능했다는 결론을 바로 내리는 건 비약이 아닐까.

나는 우선 지지 여론과 국가의 물리적 탄압을 서로 상쇄할 만한 동등한 조건으로 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2002년 이후 매번 국가 탄압을 겪었던 철도 조합원들에게 경험상 지지 여론은 멀고 정부의 주먹은 가깝다.

나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진두지휘하며 명백한 합법 파업마저 “불법”으로 몰고 탄압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속전속결” 전술이 파업 초기에 적어도 수천 명의 선진 조합원들의 사기와 준비 정도에 충분히 부합했다고 보지 않는다. 파업 중단 후 “이해는 한다. 그러나 아쉽다”,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다. 그러나 더 싸우긴 힘들었을 거다”처럼 혼란스런 조합원들의 반응이 이를 방증한다고 본다.

자신감이 충분치 않을 때 지나치게 전투적인 전술이 오히려 우리 편을 분열시킬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조합원들의 높은 참여율에는 이전 파업과 달리 이번에는 “합법 파업”을 했다는 조건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정부와 사측은 필수유지업무자가 파업에 참여하면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그렇다면 기사가 ‘유리한 조건’으로 봤던 야당과 자유주의 언론의 지지가 철도노조 지도부의 합법주의와 동떨어져 있었을까. 당시 이들의 지지가 큰 힘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공공의 적’ 이명박에게 집중 탄압을 받는 ‘죄 없는 약자’를 두둔하는 것과 노동자들이 내세운 대의와 그 힘에 경탄해 지지를 보내는 것은 다르다.

지지 여론이 후자의 수준으로 도약하려면 공동 파업까지 염두에 둔 양 노총 공공부문의 연대 투쟁과 노동법 개악에 맞선 민주노총의 투쟁이 본격화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파업 중단 시점에서 봐도 열흘 뒤에나 본격화할 예정이었다. 한국노총의 배신적 대국민선언의 악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연대 파업

물론 민주노총의 총력 투쟁 시점을 앞당기고 촉발하는 핵심 구실을 철도노조가 할 수 있었다. 기사가 주장하는 속전속결이 쉽지 않았다고 보지만 나는 철도노조 지도부와 달리 지역별 거점을 형성하면서 조합원을 교육하고 연대의 초점을 형성해 사기를 높이면서 적극적으로 연대를 호소하는 것은 시급하게 필요했다고 본다.

전면 파업은 다른 부문의 투쟁이 철도노조의 뒤를 받쳐줄 수 있고, 합법 파업으론 정부를 제대로 압박하기 힘들다는 (투쟁 경험에서 배운) 의식과 투지의 고양이 (필수유지업무 당사자를 포함해) 어느 정도 이뤄진 시점에서 가능하다고 본다. 집단적 토론으로 이를 결정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여기에 민주노총과 공공연맹 지도부의 구실이 필수적이다.

철도 파업은 여객 운송과 시멘트 등 산업 원료 수송에서 파급력이 굉장하기 때문에 전면 파업에 들어간다면 누가 이기든 속전속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우리에겐 이기는 전술이 중요하다.

따라서 철도노조 지도부의 합법주의와 때이른 후퇴는 남은 12월 투쟁에서 반면교사로 삼고, 철도 조합원들에겐 재파업을 준비하는 현장 투쟁을 강조하는 게 필요한 결론이지 않나 싶다. 1라운드는 밀렸지만 이명박이 승리한 것이 아니므로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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