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전임자 임금 노동법 개악, 공무원·전교조 탄압, 철도노조 보복:
정부가 노동조합의 권리를 공격하고 있다
〈노동자 연대〉 구독
한국노총, 한나라당, 경총의 ‘야합’ 뒤 한나라당이 12월 8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일사천리로 처리될 것 같았던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한국노총 장석춘 지도부는 굴욕적 타협에 대한 내부 반발을 달래야 하고, 한나라당은 장석춘 지도부를 살려내 정책연대를 이어가야 하며, 경총은 노동조합 완전 무력화를 바라는 등 서로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꼴사나운 다툼을 하고 있다. 게다가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민주당)이 여야 합의를 주장하면서 논란이 더 가열되고 있다.
한나라당 개정안의 핵심 골자는 ‘복수노조는 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2년 6개월 유예,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전제로 타임오프제(유급근로면제시간) 방식으로 내년 7월 시행’이다.
▶ 복수노조 시행 유예: 복수노조 시행 2년 6개월 유예는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 국면에서 법개정이 사실상 불가능해 시행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포스코·삼성에서 민주노조가 등장하고, 한국노총 작업장에서 더 민주적이고 전투적인 노조가 등장할 가능성을 노사정 야합으로 원천봉쇄하려는 것이다. 민주노조 건설을 꿈꿔 온 비정규직 노동자의 꿈도 짓밟히게 됐다.
더불어 교섭창구 단일화는 많은 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교섭권 없는 기업별 소수 노조에게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쓸모없게 만들어 헌법의 노동3권 자체를 침해한다. 아울러 기업 내에 조합원 수가 상대적으로 소수인 산별지회(지부)의 산별교섭도 무력화한다.
▶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한나라당 개정안을 보면, 대통령령으로 정한 통상적인 노조관리 업무,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고충 처리, 산업안전 업무와 관련한 활동은 근무시간에 할 수 있다(타임오프제). 그러나 이것도 단체협약으로 정하거나 사용자가 동의해야 하고, 타임오프의 한도도 대통령령으로 지정한다.
타임오프제 대상 업무에 ‘통상적 노조관리 업무’를 포함한 것을 두고 경영계는 “사실상 무급 전임제를 포기하자는 것”이라며 반발하지만 민주노총은 “‘통상적 노조관리 업무’ 조항을 삽입하는 대신 그 내용을 정부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함에 따라 정부가 제멋대로 ‘통상적 노조관리 업무’를 제한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기대할 바 없다”고 일축한다.
결국 노동조합 교육, 각종 회의 참석, 상급단체 활동, 일상적인 노조활동, 정치활동 등 넓은 의미의 노동조합 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해서 노동자들의 자주적 활동과 조직에 타격을 주려는 것이다. 그리고 노동조합 전임자들이 정부·기업주 들의 통제에 따라 활동하도록 길들이려는 것이다.
국회 안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국회 밖에서 민주노총이 투쟁을 벌이면서 복수노조와 전임자 관련 문제는 크게 세 가지 가운데 하나로 결론이 날 듯하다. 첫째,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법안을 상정해 통과시키는 경우다. 둘째, 한나라당이 직권상정 ‘날치기’ 통과를 시도하는 것이다. 가장 확률이 높다. 한나라당은 이미 24일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셋째, 4대강 예산안, 세종시 수정안 등 굵직한 법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국회가 공전되면서 개정안이 통과하지 못하고 내년 1월 1일부터 바로 현행 노조법이 시행되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장석춘 지도부의 굴욕적 타협에 반발하며 ‘합의파기, 재협상,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한국노총 내 금융노조, 금속노련, 화학노련 등의 조합원들이 민주노총과 연대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맞선 투쟁을 펼치는 것이다. 민주노총도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을 결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이런 투쟁이 부족해서 한나라당이 개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킨다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시행령을 마련하고 사업장에서 그것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다시 충돌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은 내년 상반기 충돌이 벌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임단협 투쟁 일정에 집중해 총력 투쟁을 펼친다는 계획도 논의하고 있다. 이 투쟁은 내년 상반기에 예정된 정부의 공공부문 선진화,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공격에 맞선 투쟁 등과 결합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이 결합해 투쟁이 폭발력을 가진다면 ‘악법은 어겨서 깨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살아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