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 = 하향 평준화’는 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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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준화가 학력을 하향화한다는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음이 밝혀졌다. 12월 9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최한 ‘수능 및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분석’ 심포지엄에서 강상진 연세대 교수가 발표한 ‘고교 평준화 정책의 학업성취 수준별 적합성 연구’가 이를 증명했다.
그동안 정부와 보수언론은 초지일관 고교평준화 정책이 고등학생의 학력을 하향화하고, ‘수월성’ 교육을 가로막는다고 비판해 왔다.
그러나 강 교수는 수능 언어·수리·외국어 영역 모두에서 “평준화와 비평준화 지역을 비교하면 학생들 성적의 등급 분포에 차이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하향평준화’가 사실이라면 수능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8~9등급의 학생수가 가장 많아야 할 테지만, 평준화와 비평준화 지역 모두에서 8~9등급의 학생수가 다른 등급에 비해 가장 적었다.
부모의 학력
성적 차이를 가져오는 요인은 평준화 여부가 아니라 다른 데 있었다. 강 교수는 “부모의 학력[특히 아버지]이 높은 가정의 학생들이 높은 수능점수를 성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언어영역에서 “아버지 학력의 학교 평균이 높을수록 수능 8~9등급에 비해 1~2등급에 속할 확률이 무려 약 7.66배 높았”다.
또, 수능 점수의 학교 간 차이 역시 평준화·비평준화 정책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학교가 속한 지역의 사회경제적 특성과 상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심포지엄에서 또 다른 발표자였던 성태제 이화여대 교수는 ‘2006~2008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분석해, 평준화 지역이 비평준화 지역보다 성취도가 높았다고 발표했다.
김진영 건국대 교수는 평준화 지역 학생들 간 학력 격차가 비평준화 지역보다 작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평준화 지역의 학교에 비해 비평준화 지역에서는 최대 2배 가까이 학력 격차가 발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정부와 보수언론에 의해 일종의 상식이 돼 버린, ‘평준화=하향평준화’ 논리를 정면 반박했다.
사실 강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비평준화 정책의 적합성을 지지하는 학술적 연구 결과는 흔치 않으며, 오히려 평준화 정책을 비판하는 주장이 허구임을 증명하는 연구 결과는 누적되고 있다. 이들 연구들은 모두 평준화 지역과 비평준화 지역에 속한 학교들 사이에 학생들의 평균 학업성취도는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평준화 지역 학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의미 있게 높은 것을 보고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과학적 증거를 보고도 교과부 차관 이주호는 “평준화의 문제가 많이 드러난 이상 과감하게 수정하는 대안들을 많이 찾아야 한다” 하고 연구 결과를 무시했다. 그래서 평준화를 완전히 해체할 자율형 사립고를 확대하고 외고도 존속시키기로 했다.
학생들을 살인적 경쟁에 내몰 뿐인 서열화를 해체하고 고교평준화를 정상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