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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무쟁의 타결에 대한 현장의 반발:
“실리를 챙겨주겠다더니 임금 동결을 받아 왔냐”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이경훈 집행부가 임단협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주요 내용은 임금 동결과 주간연속 2교대제 유예, 성과급 3백 퍼센트와 격려금 5백만 원 지급, 무상주 40주 지급 등이다.

합의안이 나오자마자 보수 언론은 하나같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무분규 타결”이라고 대서특필했다. “회사는 무분규 타결에 기본급 동결이라는 ‘명분’을 얻었고, 노조는 1인당 평균 1천5백만~1천6백만 원씩 목돈을 받는 ‘실리’를 챙겼다”(〈조선일보〉)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가 올해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사내 유보금을 10조 원 넘게 쌓은 것에 비춰 보면, ‘15년 만의 무파업’은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니다. “실질적으론 임금을 대폭 올려줘 올해도 어김없이 ‘돈 잔치’를 벌인 셈”(〈세계일보〉)라는 비난도 터무니없기는 마찬가지다.

22일 이경훈 집행부가 소집한 잠정합의안 설명회는 불만을 성토하는 장이었다. 많은 대의원들은 “3조 원이나 되는 역대 최대 매출의 결과가 고작 임금동결인가!” 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5공장의 한 대의원은 아침 교섭보고대회에서 “시급제로 임금을 받는 상황에서 임금 동결은 결국 임금 삭감 아니냐”는 항의가 터져 나왔다고 했다.

“순이익이 절반 정도밖에 안될 때도 임금이 인상됐다”, “연내 타결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쟁의행위를 해서라도 내년까지 싸워서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 “정년이 9년 정도 남았으니, 임금 동결로 인한 손해가 대략 2천만 원 정도 된다”, “기아차와 현대중공업[의 임금과 복지]을 넘어서겠다는 지부장의 공약이 이뤄졌나? 기아차는 연월차 수당도 우리보다 많고 퇴직금누진제도 적용 받는데, 왜 이번 단협에서 이런 사항은 빠졌나?”, “기본급 동결로 우리만 손해를 보고 회사는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

“아쉬움이 남지만 역대 최대의 성과를 이뤄냈다”는 이경훈 집행부의 자화자찬은 현장에서 전혀 먹히지 않았다. ‘실리를 챙겨주겠다’는 약속으로 당선한 지도부가 좋은 조건에서 쟁의발의도 한 번 못해 보고 임금 동결을 받아 왔다는 비판이 훨씬 더 컸다.

그동안 정치파업은 안 된다고 말해 왔던 한 대의원조차 이렇게 항의했다. “민주노총이 노동악법에 반대해 총파업을 결의했는데, 이런 시기에 맞춰 우리도 파업하면 힘을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 지부장은 파업을 염두에 두고 있기나 했는지 묻고 싶다.”

잠정합의안이 발표되자 이미 현장에선 부결 선동이 시작됐다. 민노회, 민주현장, 현장연대, 민투위 등 10여 개 현장조직들은 합의안 부결을 선동하는 대자보와 유인물을 냈고, 울산·아산·전주·남양·판매·정비 등 각 현장 대의원 2백25명이 연기명으로 잠정합의안 반대 의견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될 것”이라는 사측과 보수 언론의 기대는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이경훈 집행부의 임금 동결 잠정합의안은 현대차 조합원들에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과이고, 전체 노동자들에겐 임금 동결을 강요하는 기업주들만 도와 주는 것이다.

연말 국회에서 노동악법과 4대강 예산 강행을 시도하고 있는 지금, 현대차의 무분규 타결은 이명박에 맞선 대국회 투쟁에도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다.

따라서 이경훈 집행부가 들고 온 잠정합의안은 부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