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시절 부자 감세에 앞장섰던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조삼모사식 ‘친서민 가면극’을 돕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2월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소위원회에서 법인세와 소득세를 2년간 내리지 않기로 했다. 애초 이명박 정부는 내년에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상위층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을 2퍼센트씩 내릴 계획이었다. 이 합의가 통과되면 내년 세수는 약 3조 7천억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부자감세에 제동”을 걸어 “중산서민층 … 위한 사업에 재정을 더 투입”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한나라당은 감세는 유보된 것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이명박의 허풍과 달리 최근 내년 복지 예산이 크게 줄어든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자 감세와 4대강 정책은 ‘민생’ 예산을 갉아먹는 주범으로 꼽혀 왔다. 총예산 안에서 예산 비중을 다투는 4대강 사업과 달리 부자 감세는 예산 자체를 줄게 하기 때문에 특히 문제가 크다. 정부 지출이 늘어나는 경제 위기 시기에 부자 감세는 결국 서민 증세나 다름없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안 그래도 턱없이 모자란 복지예산 증가율이 대폭 떨어졌다.
그러나 대기업과 부자 들의 소득을 보전하고 그 대가를 서민에게 떠넘기려는 이명박 정부의 노력이 멈춘 것은 아니다.
우선 이번 세법 개정안에서 대기업에 1조 5천억 원가량 혜택을 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는 그대로 유지됐다. ‘신성장동력산업 및 원천기술 R&D투자 세액공제’ 규모도 당기 지출 금액의 20퍼센트(중소기업은 30퍼센트)나 적용하기로 했다. 법인세 인하 유보의 반대급부를 확실히 챙겨 준 것이다.
또, 기획재정부는 12월 16일 발표한 내년 업무추진계획에서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고 재산세로 과세하겠다”고 밝혔다. 9억 원 이상 주택에 매기는 종합부동산세는 세율이 0.5~2퍼센트고, 재산세는 0.1~0.4퍼센트다. 명백한 부자 감세다. 정부는 이미 1가구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를 폐지했다.
반면, TV·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은 개별소비세를 신설했다. 소비전력량 상위 10퍼센트 수준에서 과세한다지만 생필품에 해당하는 이들 제품의 소비세는 간접세 인상 효과가 있다.
결국 정부와 한나라당의 조삼모사가 반복됐다. 실질적인 부자 감세·서민 증세 노선은 유지한 것이다.
경제 위기에 걸맞는 서민 복지를 하려면 4대강 사업을 완전히 폐기하고 실질적인 부자 증세를 해야 한다. 그런데도 부자 감세 막아냈다는 민주당의 자화자찬이 가소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