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추위 속에 부당해고에 맞서 투쟁해 온 건설노조 경기도건설지부 김승섭 사무국장이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12월 28일 열린 교섭에서 사측은 김승섭 사무국장(사진)을 원직 복직시키고 복직 때까지 임금을 지급하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승섭 사무국장의 요구 조건을 1백 퍼센트 수용한 것이다. 김승섭 사무국장은 내년부터 판교 현장에서 다시 일하게 됐다.

서해종합건설의 판교 건설 현장은 판교 신도시 건설 붐을 탄 소위 ‘대박’ 현장이다. 그러나 서해종합건설의 직영 노동자들에게는 일당 5만 5천 원 저임금에 4대 보험도 없고, 유급 휴무도 한 달에 이틀밖에 안 되는 고된 일자리일 뿐이다. 김승섭 사무국장이 이곳에서 일을 시작하자 사측은 그가 혹시라도 투쟁을 조직할까 봐 우려해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들어왔다” 하고 몰아붙여 해고한 것이다.

“원칙 있는 활동가”

김승섭 사무국장은 그간 건설노조에서 활동하면서 “원칙을 굽히지 않는 고집 있는 활동가”로 알려져 왔다. 또 건설 현장에서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의 단결을 위해 앞장서 왔고 각종 정치 운동에도 적극 참여해 온 활동가이기도 하다. 사측은 이런 동지가 현장에 들어오는 것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김승섭 사무국장은 “직영 업체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특히 해고됐다가 싸워 복직하는 경우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게다가 나는 어떤 것도 후퇴하지 않았다. 한 달치 임금을 줄 테니 투쟁을 그만두라는 제안도 있었고, 10개월만 일하는 것으로 합의하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 양보 없이 싸워서 모두 따냈다”고 말했다.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현장 감독의 말 한마디면 밥줄을 놓아야 하는 건설노동자들에게 김승섭 사무국장의 승리는 통쾌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또 4대 보험 적용과 주1회 유급 휴가 준수를 약속 받은 만큼 판교 현장의 다른 노동자들도 같은 혜택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이례적으로 빠른 승리를 거둔 것은 무엇보다 연대 덕분이다. “단 1명의 해고에도 모두가 맞서 싸우자”는 건설노조의 호소로 지난 두 달간 본사 앞 시위를 했고 12월 22일 집회에는 무려 1백여 명이 모였다. 그러자 사측은 현장에서 바로 교섭을 제안했고, 첫 번째 교섭에서 백기를 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