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 마, 형사 절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이 최근 발간한 형사 절차 안내서의 제목이다. 갑작스런 연행이나 경찰 소환, 벌금 통고 등을 당했을 때 평범한 사람들 대부분은 당황하고 위축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쫄지 않고 경찰 수사 등에 대처하는 데 유용한 지침서다.
이명박 정부 들어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사법기관에게서 공격 받고 있다. 이 정부는 ‘유모차 부대’에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연행하고 이른바 ‘전과자’로 만들었다. 덕분에(?) 민변 등 진보적인 변호사들도 바쁜 사람들이 돼 버렸다. 이 책은 그런 변호사들이 직접 현장에서 느낀 경험들을 바탕으로 대응 방법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는 구체적인 사례와 그와 관련한 형사 절차에 대한 설명이 있다.
이 책이 일반적인 형사 절차 설명서에 비해 좋은 점은 무엇보다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필요한 것들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이 경찰과 검찰 등의 부당한 인권 침해에 맞서 싸울 때 필요한 논리와 법 조항 들을 설명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사람들은 경찰의 행위가 부당하다고 느껴도 잘 모르고 위축돼서 제대로 항의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 최대한 쉽게 기본적인 인권 보호를 위한 법 절차를 설명하고 있다.
필자들이 말하듯 ‘인권’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권력자들의 전횡에 맞서 싸운 결과물”이다. 인권을 보장 받기 위해서도 역시 대중적인 저항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저항을 하다가 공격 받을 때 필요한 실무적인 지식들을 제공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진술거부권’(묵비권)에 대해 불명확한 부분이다. 저자들은 ‘진술거부권은 피의자의 권리’라고 하면서도 실용적으로 불리할 것 같은 얘기는 하지 말고 ‘필요한’ 부분만 얘기하라는 듯이 말한다. 하지만 실용적으로 빨리 구속 상태에서 벗어나고 형을 적게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부당한 수사에 항의하고 정부에 맞서 계속 저항하고 투쟁을 확대시킬 자신감과 사기를 위해 묵비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 아쉬움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경찰 수사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좋은 비상 구급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