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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기후 회의:
기후변화 대책은 내놓지 않고 시위대만 공격하다

2009년 12월 코펜하겐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는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큰 실망을 줬다.

이 회의는 2012년에 만료될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공통의 강제 조처를 도입하는 데 실패했다. 합의점 도출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지만, 정상들은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

경찰이 코펜하겐 시위에 참가한 기후변화 활동가들을 강제로 열을 지어 앉히고 있다. 경찰은 정당한 요구를 하는 시위 참가자 수백 명을 연행했다. ⓒ사진 제공 소셜리스트 워커(영국)

코펜하겐 회의에서는 탄소 배출량 감축 문제에 진전이 없었을 뿐 아니라 기후변화를 멈추는 데 필요한 조처를 취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회의가 끝난 뒤 오직 5개국(미국,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공) 정상만이 코펜하겐 ‘협약’을 발표했다. 나머지 1백93개국 정상들은 그것을 ‘인지’했을 뿐 승인하지는 않았다.

그 협약을 강제적인 법적 합의로 발전시킨다는 문구는 없었다. 협약에는 산업화 전보다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한다는 문구가 있다. 또, 기후변화가 현실이며 “강한 정치적 의지”로 극복해야 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취해야 하는 조처와 전 세계 정상들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정책에 대한 내용이 없다.

협약은 빈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기 위해 앞으로 3년간 겨우 1백85억 파운드[약 32조 원]를 지원한다고 약속하고 있다. 게다가, 빈국이 그 돈이라도 받으려면 이 협약을 먼저 승인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지원은 예전에 약속한 것을 포함하는 것이며, 무상지원이 아니라 융자다. 협약은 2020년까지 지원금 액수를 6백20억 파운드[1백12조 원]로 늘린다고 약속하지만, 어떻게 늘릴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

예컨대, 협약은 개도국의 기후 프렌들리 사업을 지원하는 ‘녹색기후기금’ 조성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것은 부국이 빈국의 ‘녹색’ 사업에 투자하는 대가로 자신은 마음대로 탄소를 배출할 수 있도록 하는 ‘청정개발체제’(CDM)의 확대일 뿐이다.

협약 이행 여부에 대한 평가는 2015년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때 가서 잘 실천되고 있지 않다고 판명되면 이미 너무 늦은 것이다.

회담이 구체적으로 성취한 게 있다면, 오염 물질 배출을 더 쉽고 값싸게 만든 것이다. 회담이 끝나자 유럽의 [배출 전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탄소 가격이 6개월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엉망

심지어 고든 브라운[영국 총리]조차 회담이 “좋게 말해 오류가 있었고 나쁘게 말해 엉망이었다” 하고 평가했다. 브라운은 국제기구들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장관인 에드 밀리반드도 맞장구쳤다.

밀리반드는 “대다수 나라들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협정을 바랐지만 불행히도 유엔은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협약 초안은 부국의 진정한 의도를 노골적으로 보여 줬다. 그들은 빈국보다 부국이 환경을 오염시킬 더 많은 권한을 갖기를 바라며, IMF 같은 기구를 강화해 서방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려 한다.

코펜하겐은 최악의 정상회담 기록을 갱신했다. 그러나 회담장 밖에서는 진정으로 기후변화에 맞설 힘이 거리를 행진했다.

10만 명이 탄소 배출 감축, 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 증대, 기후변화의 충격에 대처하기 위한 투자 등을 요구하며 코펜하겐을 향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경찰의 대응은 충격적이었다. 경찰은 시위 참가자 1백 명 당 한 명꼴로 잡아들였고 덴마크 정부가 부랴부랴 도입한 새로운 ‘폭동’법을 근거로 많은 이를 오랫동안 구금했다.

구금된 사람들 중 부상자가 많았는데, 경찰은 의료 지원, 식사, 화장실 이용을 제한했다.

코펜하겐 정상회담은 많은 것을 보여 줬다. 정부들은 책임 떠넘기기에 연연하면서 실질적 조처를 도입하는 것에는 주저했다. 그러나 그들은 진정한 조처를 요구하는 사람들을 경찰을 동원해 탄압하는 데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기후변화에 맞설 진정한 힘은 코펜하겐의 거리에 있었다. 지구를 구하려면 이 힘을 더 키워야 한다.

다가올 4월에 활동가들은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제안한 ‘대안 기후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라틴아메리카의 볼리비아로 향할 것이다. 이곳은 기후변화에 맞선 세계적 운동의 재도약대가 될 것이다.

번역 김용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