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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천국’ 도시 확산할 세종시 수정안

이명박이 요란하게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은 결국 ‘기업 특혜 도시’였다.

총리 정운찬은 11일 전국에 TV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세종시가 “미래형 첨단 경제도시”이자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내는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형 첨단 경제도시”에서는 국민 세금으로 조성원가가 평당(3.3제곱미터) 2백27만 원인 토지를 대기업들에게 40만 원에 내주고도 법인세를 3년간 한 푼도 받지 않는다. 기업의 취득세·등록세·재산세는 15년간 면제다. 이명박 모교 고려대엔 단돈 36만 원(평당)에 부지를 준다.

결국 기업 퍼주기로 귀결된 세종시 수정안 ⓒ사진 출처 KBS 화면 캡쳐

인구 50만 명이 목표인 도시에 자율형 사립고·공립고와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목고, 외국인학교가 모두 생긴다. 영리병원 전 단계로 볼 수 있는 외국계 병원 설립도 허용된다.

이를 두고 민주노동당은 “서민들에게서 빼앗은 땅을 재벌들에게 헐값에 넘[겨] …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에게 세종시를 상납한 게 아닌가” 하며 “‘명박시’라 불러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명박의 세종시 수정안은 노골적인 ‘기업(재벌) 특혜 도시’ 건설 계획으로 ‘원안’에서 행정부처 이전 계획을 삭제하는 대신 유치 기업들에게 ‘기업도시’ 수준의 특혜를 주고 운영은 경제자유구역처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은 2조 5백억 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세금과 땅값 등 특혜가 투자 조건이라고 솔직히 밝혔다. 그러나 그뿐이겠는가. 이건희 특별 사면이 결정적 조건이었을 것이다.

이런 특혜 때문에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추진하던 대구·경북이나 혁신도시를 추진하던 지역들에선 ‘세종시 블랙홀’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세종시가 기업에 특혜를 많이 주면 자기 지역으로 기업을 유치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삼성의 ‘헬스케어’ 사업이 입주를 결정하면서 의료 산업을 향후 성장 동력으로 보고 유치 경쟁을 하던 지자체들은 더 긴장하고 있다.

그러자 이명박 정부는 이런 불만을 달래려고 다른 지역에도 비슷한 지원과 특혜를 약속하고 있다. 그리 되면 기업 특혜 도시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명박시’

실제로 정운찬은 기자회견에서 다른 지역 혁신도시에도 똑같이 땅값과 세제 특혜를 주겠다고 밝혔다. 결국 전국 곳곳에서 기업들을 위해 세금을 깎아 주고 국민 세금으로 사들인 땅을 헐값에 내주는 일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2005년 전경련이 제출한 법안을 노무현 정부가 수용해 시작된 ‘기업도시’는 기업이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도시를 말한다. 해당 기업에게는 온갖 특혜를 준다.

이명박의 세종시 수정안은 이런 신자유주의 천국을 전국으로 확산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2월 국회에서 통과를 막아야 한다. 그렇다고 원안이 평범한 노동계급에 이로운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한편, 지금 세종시를 둘러싼 이명박과 박근혜의 아귀다툼은 한나라당의 분열을 심화하며 정치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 통과가 실패하면 이명박의 정치적 권위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진보진영은 저들의 분열을 경제 위기 고통전가 반대 투쟁을 건설하는 데 이용할 필요가 있다.

김문성 기자 enlucha@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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