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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 서점 ‘풀무질’ 사찰:
“무슨 책을 팔든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명박 정부가 대표적 인문·사회과학 서점인 ‘풀무질’을 지속적으로 사찰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은종복 풀무질 대표는 이명박 정부 들어 공안 기관에서 매주 한두 차례씩 서점에 찾아와 사회주의 사상과 관련된 서적과 진보 단체의 기관지 들을 수집했다고 폭로했다.

특히 지난해 가을에는 하루 두세 차례에 이를 정도로 사찰이 부쩍 강화됐고, 서점 주위를 촬영하거나 서점에서 토론을 벌이는 학생들의 대화를 엿듣는 등 더욱 노골적으로 사찰이 이뤄졌다. 심지어 은 대표를 미행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공안기관은 지난 1997년에도 사회과학 서적을 판매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은 대표를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고 가 구속한 바 있다. “책방을 통해 세상을 맑고 밝게 하려는 뜻”을 가진 은 대표에게 보안 경찰은 “감옥을 나가면 책방을 그만두고 술집이나 하라”는 모욕적인 말을 하기도 했다.

경찰은 당시 서점에서 《서울에 사는 평강 공주》 같은 시집도 이적표현물이라며 압수해 갔는데, ‘평강 공주’를 ‘평양 공주’로 잘못 본 것일 터이다. 대형 서점에서 판매하는 《자본론》 같은 책은 물론이고, 등산 모임 소식지도 압수했다. 입만 열면 ‘국가 안보’를 달고 다니는 공안 기관의 수준이 얼마나 한심한지 알 수 있다.

은 대표는 10년이 훌쩍 더 지난 지금도 정부가 버젓이 사찰을 하는 것에 분노해 이 사실을 알리며 저항하고 있다.

은 대표는 “책방 하는 사람이 책 팔았다고 잡혀가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한심하다”며 “내가 어떤 책을 팔든지 상관하지 마라”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박 정부가 사찰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명박은 경찰력 아니면 하루 만에 무너지는 정권이죠. 공권력의 힘이 아니면 버틸 수가 없으니까 이런 책방이 진보적 책을 팔면 그 균열이 빨리 갈 것 같아 사찰하는 것입니다.”

국가보안법이 살아 있는 한, 인문·사회과학 서점에 대한 일상적 사찰 등 정권이 자신의 위기를 타개하려고 터뜨리는 ‘공안’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서적 판매·영업의 자유조차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