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 김태연 상황실장 인터뷰:
“각계각층의 지속적 결합과 투쟁이 정부를 물러서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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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의 원인을 되짚어 본다면 무엇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구조적으로는 재개발 정책 때문이었죠. 현재 재개발·뉴타운 지역에서 땅 주인이나 건물 주인을 포함해서 기존 주민들 입주율이 15퍼센트밖에 안되요. 그러니까 세입자들은 말할 것도 없죠. 세입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할 장치가 전혀 없는 거죠.
이명박은 2008년 광우병 쇠고기 투쟁에서 밀리고 나서 지난해 초에 ‘좌고우면하지 말고 밀어붙여라’ 하고 주문했죠. 이런 기조에, 정권을 유지하고 지탱하는 검찰·경찰 같은 공안 기구들이 아주 적극적으로 편승하면서 철거민들을 강경 진압한 것이고요.
1년간 끈질기게 투쟁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었다고 보십니까?
가장 큰 것은 유가족이죠. 보통 투쟁하다가 권력과 자본에 의해서 살해됐을 때 유가족들이 버티기 쉽지 않은 요인들이 있잖아요. 돈으로 해결해 버린다거나. 공안기관은 용산 유가족들에게도 초기에 엄청난 공작을 했어요. 경찰 전담반이 구성돼서 가족들 뒷조사를 하고 약간 틈이 있다고 보이는 곳은 전부 치고 들어왔죠. 그런데 대단하게도 유가족들은 그걸 다 물리쳤어요. 경찰 내부 보고서를 보면 ‘유가족들이 요지부동이다’ 하고 보고돼 있을 정도예요. 경찰들에게 밟히면서도 유가족들은 항상 전면에 서서 싸웠어요.
그리고 종교계부터 문화예술계까지 각계각층이 지속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결합을 했죠.
용산 남일당 분향소에는 거의 매일 시민 분향이 계속됐고 1년 동안 이어졌어요. 책임자 고발 서명운동에는 20만~30만 명이 참가했어요. 그야말로 거리나 인터넷에서 자발적으로 참가한 사람들이죠.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국민법정’에서 [이명박과 김석기 등을 기소한] 기소인도 2만 5천 명이나 됐어요. 1년 동안 모금도 10억 원 이상 됐어요.
용산범대위도 많은 노력을 했어요. 대중 동력을 유지하려고 안 해 본 게 없어요. 1인 시위도 하고, 전국적인 동력을 만들기 위해 지역 순회 투쟁도 하고요.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서 1년 동안의 투쟁을 만든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용산 투쟁에 지지를 보낸 이유가 뭘까요?
[용산 참사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서부터 민주, 인권, 평화 이런 문제들이 집약돼 있었어요. 개발 자본의 살인적인 철거가 시작이었지만, 정권이 개입해서 살인을 했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게 민주주의, 인권, 평화의 문제 등과 연관이 됐다고 봐요.
1인 시위도 가로막던 정부가 태도를 바꾼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망루를 쌓은 지 하루 만에 강력 진압을 하고 ‘철거민들은 테러리스트’라면서 몰아붙였는데, 정부는 그때까지 이런 게 먹힌다고 판단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판단과 다르게 용산 문제가 쉽게 [‘진압’이] 안 되고 1년이 지나 해가 바뀌려 하자 사실상 정치적 부담이 커진 거겠죠. 전반적인 사회 여론과 분위기 때문에 엄청난 압박을 받은 거죠.
요약하자면, 지난 1년간의 용산 투쟁에 의해서, 이명박 정권이 이 투쟁이 소강하기만을 기다리기는 어렵고 해결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형성된 거죠. 지자체 선거에 임박해 정치적 부담도 작용했을 것이고요.
여전히 남은 문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후 과제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가장 중요하게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에요. 재개발 정책도 여전히 문제고 구속자 문제도 있죠. 정부는 6개월 후부터 용산 재개발을 시작한다고 발표도 했어요. 지난 1년 동안 재개발이 수도권에서 거의 중단된 상태였어요. 그전 같으면 벌써 용역이 다 쓸어 버렸을 텐데 말이죠. 봄부터 다시 개발이 될 테니 지켜봐야죠. 물론, 이전처럼 경찰 용역을 앞세워서 막무가내로 개발하기에는 부담이 있으니 일단 눈치를 보겠지요.
미공개 수사기록 3천 쪽이 공개될 가능성도 높아 보여요. 현재 항소심에서 구속자 변호인단이 미공개 수사기록 공개를 요구한 상태고, 만약에 검찰이 공개를 안 하면 검찰 압수수색 요구를 재판부에 할 거에요. 그럼 진상규명에도 진전이 있겠죠.
용산 투쟁하면서 끝에 가서 질 수는 있을지언정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한 번 붙으면 온 힘을 다해서 끝까지 승부를 봐야 한다는 거죠.
인터뷰·정리 이현주 기자 hyunju43@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