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노동자 대량해고에 맞선 투쟁과 연대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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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세계 1위의 조선 강국에서 재벌과 자본가는 돈방석에 앉아 있는데 노동자들만 죽음과 같은 구조조정과 해고로 내몰리고 있다.”
맞는 말이다. 한진중공업 해고자인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김주익 전 지회장의 추도사에서 말했던 것처럼 “교도소 짬밥보다 못한 냄새 나는 깡보리밥에 쥐똥이 섞여 나오던 도시락 그냥 물 말아 먹고, 불똥 맞아 타들어간 작업복 테이프 덕지덕지 넝마처럼 기워 입고, 한겨울에도 찬물로 고양이 세수해 가며” 일했던 한국 조선 노동자들의 고난이 한국을 세계 1위의 조선 강국으로 만들 수 있었다.
한진중공업은 이처럼 지난 10여 년간 수천억 원의 흑자를 내면서도 구조조정을 추진했고 이것은 2003년 김주익 지회장의 죽음 등을 계기로 한 노동자들의 저항과 연대로 좌절된 바 있다.
이제 한진중공업은 불황을 빌미삼아 노동자 1천여 명을 해고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다시 한 번 밀어 붙이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투쟁도 만만치 않게 진행되고 있다. 한진중공업 지회는 지난해 12월부터 10여 차례 부분 파업을 벌이고 도심 집회와 행진, 선전전 등을 진행했다. 경영 부진의 책임을 노동자 해고로 묻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진중공업 노조 채길용 지회장은 이 투쟁이 한진중공업만의 투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단 1명의 구조조정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천명했다.
뚝심
1월 20일에 금속노조는 한진중공업 내에서 1천5백여 명의 간부들이 결집해 ‘조선소 구조조정 분쇄, 한진중공업 불법 정리해고 분쇄 결의대회’를 열었다. “한진중공업에서 정리해고를 막지 못하면, SLS조선지회 구조조정 시도뿐 아니라, 2010년 다른 조선소 사업장 임단투까지 밀리게 되고, 이는 곧 전국적인 구조조정”으로 까지 이어질 게 뻔하다는 것이다.
이날 집회에서 현대 삼호중공업의 장법린 지회장은 ‘공장 부품을 도둑질하지도 않은 노동자들이 왜 다 잘려야 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자신들이 “1999년 전 조합원들과 함께 70일 동안 바리케이드를 치고 투쟁한” 끝에 정리해고를 막아낸 것 처럼 “조선 노동자의 뚝심으로 정리해고를 박살내자”며 투쟁을 호소했다.
부산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 3당’ 부산시당과 현재 35개에 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9일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 공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진중공업 대규모 정리해고 반대 및 부산 경제 살리기 시민대책위’를 결성했다.
이들은 “경제 위기로 인한 어려움을 일방적으로 성실히 일한 노동자에게만 강요하는 것은 위기 극복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사측의 정리해고 중단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22일부터 부산 곳곳에서 시민 홍보 활동을 벌이고 공장 정문에 농성천막과 지지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한진중공업 파업 지지 활동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들의 투쟁과 연대의 확산때문에 사측은 3주 동안 거부하고 있었던 노동조합과의 대화에 나오기 시작했고, 26일 발표할 예정이던 정리해고 명단 통보도 우선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투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사측은 대화에 나서며 정리해고 명단 발표를 미루긴 했지만 여전히 구조조정을 중단할 수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조와 금속노조, 민주노총 등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투쟁 동력을 꾸준히 끌어올리며 연대를 확산해야 한다. 올해 곳곳에서 터질 조선산업 노동자들의 구조 조정을 앞두고 한진중공업 투쟁이 앞길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