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소신에 따라 군대 대신에 감옥을 선택한 지 1년이 다 돼 간다.
1년 가까이 교도소 신세를 지면서 수많은 죄수들을 만났는데, 그 중 유난히 도드라진 ‘죄수’들이 있었다. 너무 순박해 누구 말마따나 사슴을 닮은 눈망울에, 시덥지 않은 농짓거리에도 머리를 긁적이며 배시시 웃는 모습. 내가 감옥에서 본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모두 교도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순박한 젊은이들이 그저 자신의 종교적 신념으로 군대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매년 수백 명씩 감옥에 들어온다. 나 또한 병역 거부자이지만, 너무나 앳된 ‘여호와의 증인’ 동생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안타깝고 분한 마음에 혀를 끌끌 차곤 한다.
언제까지 나를 비롯한 수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양심 때문에 감옥에 들어와야 할까.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가 국가 안보를 빌미로 하위법에 짓밟히는 현실은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일까.
그런데 이런 문제의식은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니었나 보다. 지금까지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법적 근거인 병역법 제88조 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한 재판부가 여섯 곳이나 된다니 말이다. 그만큼 상당수 판사들마저 현행 병역법이 개인의 양심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병역 거부자들의 줄기찬 주장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일 테다.
이명박 정권은 당선 직후부터 지금까지 민주적 권리를 후퇴시키려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병역 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을 ‘백지화’ 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많은 판사들이 대체복무제 도입 무산에 이견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이명박의 역주행이 상당한 국민적 반발에 부딪혀 있음도 보여 주는 것이다.
이제 헌법재판소가 다시 답할 차례다. 물론 이전에 합헌 판결을 내린 바 있고, 언론법 개악 당시 아리송한 판결로 체제와 정권의 보루 노릇을 한 헌법재판소를 마냥 믿을 수는 없다.
이명박의 반민주적 드라이브에 강력하게 제동을 걸 강력한 운동의 부상만이 나를 포함한 6백96명 병역 거부 수감자들에게 유일한 희망이리라. 그래서 새해에도 나는 여전히 영어(囹圄)의 몸이지만, 마음으로나마 바깥 동지들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