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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를 만들어 권리 찾기에 나선 이화여대 미화노동자들

1월 27일,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광장에서 노동자·학생 2백여 명이 모인 가운데 ‘공공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이화여대분회’가 출범을 알렸다. 이화여대 미화노동자들이 오랜 노력 끝에 마침내 노동조합을 만든 것이다. 그동안 이화여대 구성원으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던 미화노동자들의 커다란 함성이 학내에 가득 울려 퍼졌다. 노동자들은 출범 선언문에서 “저임금·고용불안의 악순환을 끊어 내고자 한다 … 나선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이제 당당한 ‘노동자’로 ‘노동조합’과 함께 사람대접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미화노동자들은 아침 6시에 출근해 하루 종일 거대한 건물을 청소하고, 담당 건물 외에도 “서비스 차원”으로 외곽청소(잡초 뽑기, 낙엽 쓸기, 눈 치우기 등)까지 한다. 학교에서 하루 10시간 이상을 보내지만(종일반 기준) 기본적인 식대도 나오지 않고, “불이 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전기밥통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해 “쥐가 다닐 것 같은 휴게실에서 찬밥 도시락을” 먹는다. 일방적인 업무 전환배치와 반복되는 재계약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이렇게 일해서 받는 돈은 한 달에 고작 78만 원이다.

매우 열악한 상황 때문에 노동자들이 쉽게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회단체와 대학생, 이웃 노조의 지속적 연대와 지원이 노조를 결성하는 밑거름이 됐다. 이화여대 학생모임 ‘신바람’이 2008년 겨울부터 공공서비스노조 서울경인지부의 도움을 받아 노동자들 실태 조사를 시작하면서 노동자들과 만나기 시작했고, 서울서부비정규노동센터와 연세대 학생단체 ‘살맛’이 함께 노동자들 출근 시간에 맞춰 새벽 5시 선전전을 하기도 했다.

찬밥

현재는 더 많은 학생들이 모여 ‘비정규직문제를고민하는이화여대학생대책위원회’도 결성했다. 연세대 환경미화노조 노동자들은 연대의 의미로 김치를 보내기도 했다. 여기에 힘입어 미화노동자 8명이 노조에 가입하며 물꼬를 텄다. 그 후 몇 주 만에 순식간에 규모가 불어서 수십 명이 된 것이다.

눈이 펑펑 오는 야외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한 이화여대 미화노동자는 “학생들이 귀와 눈을 열어 줬다. 처음에는 [나도] 너무 반대했는데, [지금은] 아줌마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다. 똘똘 뭉치자” 하고 말했다. 한 이화여대 학생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낸 활동허가원(노조 출범식을 위한 장소 신청)을 불허했다. 학교는 ‘학생들의 일이 아니다’면서 불허를 했는데, 오히려 [노동자들과] 더 일찍 함께하지 못한 게 아쉽다”며 학교를 규탄했다. 출범식에는 연세대·고려대·동덕여대·성신여대 미화노동자들도 참가했다. 연세대분회장은 “이 시간 이후에는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찾자. 거기에는 단결이 필요하다. 이 시간부터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가 도와주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동덕여대 분회장도 “[동덕여대에] 노조가 생기면서 임금이 12만 3천 원이나 올랐다. 벌초도 안 하게 됐다. 질기게 똘똘 뭉치면 가능하다” 하고 말했다.

교정에서 울려 퍼지는 ‘비정규직 철폐가’는 생소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이제 이화여대분회는 임금 인상, 식대 지급, 주5일 근무제 등을 용역회사와 학교에 요구할 계획이다. 이월적립금을 5천억 원 넘게 쌓아 둔 이화여대 당국은 학교의 한 구성원인 미화노동자들의 당연한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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