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레프트21〉의 중앙대 구조조정 관련 기사 ― 더 근본적인 대안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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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에서 이런 일이 진행중인지 몰랐는데 기사(〈레프트21〉 23호에 강동훈 기자가 쓴 ‘두산그룹의 기술연구소로 전락시킬 구조조정’)를 잘 읽었습니다. 특히 전공에 상관 없이 기초회계를 듣도록 했다는 대목에서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또, 기업의 직접적인 필요에 맞춰 학생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 결국 대학 졸업자들에게 실업의 책임을 떠넘기는 논리라고 지적하며 반박한 것은 명쾌하고 매우 좋았습니다.
제가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기사의 문제의식이 대학의 기업 종속 문제로 끝났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짧게 잡아도 십수년 전부터, 중앙대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들이 기업의 요구에 적극 응해 왔고, ‘앞서 가는’ 대학들은 아예 기업처럼 행동해 왔기 때문입니다.
또, 대학은 역사적으로도 지배계급의 필요 때문에 설립된 공간입니다. 대학이 "자유로운 학문 연구"를 한다는 것은 기업 연구소들보다 상대적인 의미에서만 그럴 뿐입니다.
이 때문에 중앙대의 진중권 해임, 〈중앙문화〉 강제 수거 등의 폭로가 좋았음에도, 기업의 대학 지배에 반대해야 한다는 얘기는 원칙으로는 맞지만 현실에서는 공허한 얘기로 느껴집니다. 또, 최근까지 마치 대학이 기업들로부터 상당히 독립적이었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자체의 본질을 들추거나, 기업들이 지배하는 사회 자체를 바꾸기 위한 필요성을 추가로 제시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아니면 공부를 더 하고 싶어도 등록금이나 취업, 육아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사례, 통계를 소개하면서 그러한 사회적 모순 역시 기업과 사회 전체를 주름잡고 있는 이윤 논리 때문이라는 것을 폭로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전술적 관점을 고려해야
강동훈 기자 kdh@ws.or.kr
김종환 씨의 지적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육(따라서 대학)은 근본적으로 기업의 요구 즉 노동시장의 변화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나 대학이 자본가들의 세계관을 발전시키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자유로운 학문 탐구”를 보장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대학의 일부에서는 체제에 비판적인 연구와 논의를 허용하고, 기업의 직접적인 필요와는 연관이 없는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김종환 씨도 지적한 것처럼 기업이 대학을 직접적으로 지배하는 경향이 최근에 분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해 예전에는 허용됐던 대학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공격받자, 반자본주의적 사상을 갖지 않은 사람들조차 불만을 느끼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이번 중앙대 사례와 같이 노골적으로 기업이 대학을 지배하려 하고 이에 맞서는 운동이 벌어지려 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당면 과제는 이 운동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것입니다. 그러자면 대학의 기업 지배에 불만을 가진 모든 사람들을 결집하려 하고 그들의 불만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김종환 씨가 주장한 것처럼 기업의 직접적인 대학 지배가 자본주의 사회 일반의 문제라고 설명했다면 그래서 사회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면, 기업의 대학 지배에 맞서는 운동을 폄훼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당면한 투쟁에 참가하려는 사람의 폭을 미리부터 제한해 버릴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반신자유주의 운동을 건설하고 동참하면서도 자본주의 체제를 뛰어넘는 관점에 서고 운동이 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운동의 현 상황을 고려하는 전술적 관점 없이 우리의 원칙만을 앞세우다 보면 종파주의로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