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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본주의를 뒤흔드는 국가 부채 위기

1970~1980년대의 제3세계 외채 위기를 기억하는가? 미래에 사람들이 2000~2010년대 제1세계[선진 공업국]의 부채 위기와 비교하면 그 당시의 위기는 찻잔 속의 폭풍에 불과했다고 회고할지 모른다.

특히, 미국과 영국 경제에서 1990년대 말~2000년대 중반 호황을 떠받친 것은 막대한 민간부채였다. 기업과 가계의 차입이 미국 경제 규모의 몇 배에 이르는 수준으로 늘었고, 이것이 동력이 돼 상품과 서비스 수요가 증가했다.

지금 이 과정은 역전됐다. 지금 미국의 개인과 기업 들은 위기에 대응해 빚을 줄이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그들이 지출을 줄이자 수요도 줄었다. 이것은 1930년대 대공황 때도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경제에 개입하고 은행을 구제하고 재정지출을 늘린 덕분에 1930년대 대공황만큼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이렇게 추가로 재정 지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들이 차입을 늘렸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의 예산적자가 막대하게 늘었다. 다시 말해, 정부의 지출과 수입 간 격차가 엄청나게 커진 것이다.

따라서 여전히 세계경제는 빚에 의존해 부양되고 있다. 다만, 지금은 민간부채가 아니라 공공부채가 그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출판된 금융 위기 연구서 《이번에는 다르다》의 공저자 카르멘 라인하르트와 케네스 로코프는 “[최근] 정부 부채의 증대는 은행 위기의 여파로 나타난 뚜렷한 특징”이며, 이것은 주로 경제 불황으로 국가 수익이 감소해 발생한 결과임을 지적했다.

“피를 뽑겠다”

그들은 ‘국가 부도 사태’(국가가 부채 상환을 중단하는 상태)가 과거 금융 위기 때 얼마나 자주 벌어졌는지도 상술한다. 1980년대~1990년대 이전에 그런 문제가 가장 심각했던 때는 1930~1940년대였다.

그때 심지어 미국과 영국도 금본위제를 포기하고 자국 통화 가치를 절하하는 방법을 사용해 예전 통화 가치로 빌린 채무를 사실상 갚지 않았다.

지금 유로화 통용 국가들도 국가 부도 사태의 공포에 시달린다. 특히 경제가 더욱 취약한 국가들에 관심이 쏠려 있는데, 무엇보다 그리스가 초점이 됐다.

과거 이 국가들은 유로화 통용 지역에 가입해 주요 경제 열강인 독일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독일 정부가 돈을 빌릴 때보다 약간 더 낮은 금리로 차입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금융시장은 이 국가들이 채무불이행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 그래서 그리스 같은 나라들의 정부 부채 상환 금리가 대폭 올랐다.

이 국가들은 독자적 통화가 없기 때문에 통화 평가 절하를 통해 부채를 축소하고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활용할 수가 없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 예컨대 ‘재앙의 예언자’로 악명 높은 누리엘 루비니는 유럽에서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들의 위기는 유로화 통용 지역 자체의 존속을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스 총리 게오르게 파판드레우는 금융시장을 달래려면 예산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압력을 영국 총리 고든 브라운보다 더 크게 받고 있다.

파판드레우는 지난주[1월 마지막 주] 세계경제포럼(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에 참석한 기업인들 앞에서 “피를 뽑겠다” 하고 말했다. 이것은 기업인들이 듣고 싶어 한 말이다.

지난주에 〈파이낸셜 타임스〉는 벨기에 브뤼셀의 한 싱크탱크가 보낸 기사를 실었는데, 주된 내용은 그리스와 포르투갈이 소비를 10퍼센트 줄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유럽위원회는 그리스 정부에 공공부문 임금을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리스 노동자들은 1970년대 이후 유럽의 다른 어떤 나라 노동자보다도 끈질기게 투쟁해 왔다. 그들은 이런 전면 공격을 순순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듯하다. 노동자들은 48시간 파업을 선언했다. 이 때문에 파판드레우가 유로화 통용 국가들이나 심지어 중국에게 구제금융을 받으려고 협상하고 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이 상황은 ‘불황이 끝났다’는 선언이 얼마나 바보 같은 말인지 잘 보여 준다. 1930년대 대공황도 몇 단계를 거쳐 전개됐고 10여 년 동안 계속됐다.

라인하르트와 로코프가 ‘제2의 대수축’이라고 부른 오늘날의 위기는 해결까지는 아직 멀었다.

번역 이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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