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장 엄기영이 전격 사퇴했다. MBC의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그동안 끊임없는 압력을 넣어 엄기영이 ‘자진사퇴’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엄기영이 사퇴하자 방문진은 보수 성향 인물들을 새 이사와 MBC의 보도·제작·편성 본부장으로 앉혔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뉴라이트’ 계열의 인사들로 방문진 이사를 물갈이 해 본격적인 MBC 길들이기에 나섰다. 촛불항쟁에 영향을 미친 〈PD수첩〉과 일부 비판적 보도 때문에 정부에게 MBC는 눈엣가시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MBC가 “언론기관의 탈을 쓴 정치집단”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그동안 엄기영은 방문진의 압력에 일부 타협해 신경민 앵커를 교체하고 노조와의 단체협약 개정 등을 담은 ‘뉴MBC 플랜’을 추진했지만, 방문진은 이 정도로 성에 차지 않았다. 방문진은 시시콜콜한 것까지 직접 개입하고 엄기영이 지명한 본부장의 선임을 거부했다. 결국 ‘식물 사장’으로 전락한 엄기영은 “도대체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하며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방문진이 엄기영에게 원한 것은 “〈시사매거진 2580〉·〈뉴스후〉·〈PD수첩〉 통폐합”(이사 김동광) 같은 훨씬 더 “과감한 조치”였다. 그리고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의 말처럼, 방문진은 “낙하산 사장을 통해 MBC의 보도·제작을 통제하고 궁극적으로 정권이 MBC를 통제”하고 싶어 한다.
이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계속 진행된 ‘방송 장악’ 시도의 연장선이다. KBS와 YTN, OBS는 이미 이명박 대선 특보 출신이 ‘낙하산’ 사장으로 간 바 있다. 〈시사투나잇〉 폐지, 손석희 〈100분 토론〉 사회자 교체, 〈PD수첩〉 마녀사냥, 윤도현·김제동 방송 하차 등 현 정부에 비판적 목소리는 어김없이 탄압을 받았다.
이 결과로 KBS는 노골적인 친정부 보도를 하고 있고, YTN 〈돌발영상〉의 날카로운 정부 폭로는 사라졌다.
이명박 정부는 친재벌·반서민 정책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될 만한 비판 언론을 길들이기 위해 그토록 집요하게 탄압을 한 것이다.
이 과정은 너무 막무가내여서 법원은 KBS 사장 정연주 해임이 무효라고 판결했고, 〈PD수첩〉 제작진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현재, MBC 노조는 방문진의 방송 장악 기도에 항의해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이기로 했다. 두 번이나 미디어악법을 저지한 저력을 발휘해, 정부 입맛에 맞는 방송을 만들려는 방문진의 시도를 막아야 한다.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시키고 위력적인 파업을 조직하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새 MBC 사장이 선임되기 전에 파업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
사회 진보를 바라고 ‘땡박뉴스’를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MBC 노조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