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균 칼럼:
기근 빵과 세계의 비참, 그리고 아이티
〈노동자 연대〉 구독
아이티 문제가 뉴스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 보도는 한국의 PKO
아이티하면 이제
1893년 영국의학저널
중세부터 나타난
한국 정부도 전 세계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번 아이티 구호활동에 참여했다. 1백만 달러를 기부한다고 했다가 안젤리나 졸리보다 못하다는 비판을 듣자 1천만 달러로 지원기금을 늘였다. 그러나 이 기금 중 5백만 달러는 다른 나라에 지원기금으로 보내야 할 국제협력기금 예산을 빼서 돌린 것이다. AP 통신 보도를 보면 미국 정부는 첫 주에 구호기금으로 1억 달러를 지출한 데 이어 지난달 말까지 3억 8천만 달러를 지출했다. 지난달 말까지 전 세계 정부는 20억 달러를 아이티에 지원했다.
이 돈은 물론 적은 돈이 아니며 아이티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지난해 세계경제 위기를 몰고 온 금융회사들에게 각국정부는 구호기금을 얼마나 줬던가? 골드만삭스는
한국 정부도 다르지 않다.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다고, 국격을 생각해서 아이티에 파병을 하겠다고 하는 나라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지난 한 해 동안 진정으로 구호자금을 몰아준 대상은 누구일까? 바로 은행과 건설회사와 재벌이다. 2008~2009년 금융기관에 지원한 돈은 은행자본확충펀드, 구조조정기금, 금융안정기금 등 60조 원 규모다. 한국은행의 돈이거나 국민연금, 정부채권이 대부분인 공적자금이다. 이 돈은 지금까지 주식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으로 떼돈을 벌어들인 재벌과 금융
더욱이 각국 정부가 아이티에 지원한다는 돈의 내역을 보자. 미국 정부가 지원한 돈의 33퍼센트는 미군 파병에 쓰였다. 이 돈은 식량 지원에 쓰인 돈
나오미 클라인은 《쇼크독트린》이라는 책에서 재난을 이용해, 또 심지어 재난을 만들어서 이윤을 추구하는 현대 자본주의의 특징을
아이티도 재난을 이용한 패권과 이윤 추구에서 예외가 아닐 것이다. 이미 미국은 항공모함을 동원해 미군 2만 2천 명을 파병했다. 미국이 지진을 이용해 군사적 점령을 하려 한다고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비난하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관대함과 지도력? 아이티의 흑인혁명 이후 경제 봉쇄를 한 관대함? 1915년에 군사적 침공을 한 관대함? 아니면 1950년대 이후 쿠바 견제를 위해 뒤발리에 독재정권을 30년이나 지원한 관대함? 클린턴 부부는 신혼여행을 아이티로 갈 정도로 아이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신혼여행을 간 1975년 당시의 아이티는 지금의 아이티가 아니다. 당시 아이티는 식량자급률이 1백 퍼센트인 나라였다. 그러나 IMF 차관을 조건으로 농업을 개방하고 클린턴 집권기인 1995년에 미국 쌀 수입 관세를 35퍼센트에서 3퍼센트로 내리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시행한 이후 아이티는 진흙쿠키를 먹는 나라가 됐다. 힐러리 클린턴이 말하는 지도력이 바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러한 지도력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민영화에 그나마 저항한 선거로 뽑힌 대통령 아리스티드를 쫓아낸 부시 전 대통령의 지도력을 말하는 것인가?
이웃의 재난을 이용해 패권을 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에 아이티에 다녀온 의료진은 미군 한 무리가 한국국제협력단
한국 정부를 비롯해 세계 각국 정부들은 지금 아이티를 두고 인류애에 대한 현란하기까지 한 호소를 한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 인류애를 말하려면 아이티 같은 빈국과 남반구 국가에 IMF와 WTO가 강요하는 농업개방 프로그램부터 중단해야 한다. 또 인구의 3퍼센트가 HIV
세계 각국 정부, 그리고 한국 정부가 인류애를 말하려면 경제 위기 시기에 가난한 사람들의 세금을 걷어 부자들의 손실을 메꿔 주는
UN이 새천년을 맞아 내세운 목표의 첫 번째 항목은
아이들의 굶주림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면 도대체 우리가 어디서 울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 눈물의 분노가 향해야 할 곳은 진흙쿠키를 먹는 아이들을 만든 바로 이 현대 자본주의의 잔혹함, 그리고 이웃의 식량과 재난마저 이윤과 패권을 위해 이용하려는 정부와 기업 들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