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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눈치를 보며 비판의 입을 닫아버린 〈경향신문〉

〈경향신문〉이 전남대 김상봉 교수의 기명 칼럼 게재를 거부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추천하며 삼성 재벌과 이건희를 비판한 칼럼의 내용이 신문사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라는 것이다.

김상봉 교수는 항의의 뜻으로 〈프레시안〉·〈민중의 소리〉·〈레디앙〉에 짧은 소회와 칼럼 원문을 보냈다. 이 매체들에는 이 칼럼의 원문이 실렸다. 〈경향신문〉 47기 기자들은 18일 사옥 로비에 “이명박은 조질 수 있고 삼성은 조질 수 없습니까” 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고 항의에 나섰다. 19일에는 기자 총회가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2월 초에도 이미 지면에 실었던 《삼성을 생각한다》 서평 기사를 웹사이트에서 삭제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경향신문〉은 〈한겨레〉와 함께 ‘진보 언론’을 자임해 왔다. 민주노총은 구독료 수입의 일부를 비정규직 지원 기금으로 내는 조건으로 조합원들에게 〈경향신문〉 구독 운동을 벌였다. 2008년 촛불항쟁 후 ‘진실을 알리는 시민들’이란 단체가 생겨 〈경향신문〉과 〈한겨레〉 무료 배포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래서 〈경향신문〉의 최근 행보는 매우 유감스럽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진보’ 언론들조차 신문사 운영 재정을 광고 수익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언론들의 이런 약점을 이용해 광고 제공을 “당근과 채찍”으로 삼아 왔다.

당근과 채찍

“2008년 79개 상장사의 광고선전비용은 모두 5조 2천3백36억 원이다. … 삼성그룹이 지출한 광고비는 2조 1천4백29억 원으로 40퍼센트에 육박한다.”(“삼성-당근과 채찍 병행, 고도의 언론 플레이”, 〈미디어오늘〉 2월 10일치)

이런 막대한 액수는 2007년 말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후 삼성이 광고비 지출을 대폭 늘린 결과다. 당시 삼성 특검에 반대한 조중동의 삼성 광고가 늘어난 반면,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을 상세히 보도했던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한동안 삼성 광고를 받지 못했다. 〈한겨레〉는 이 때문에 경영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해마다 1백억 원이 훨씬 넘는 삼성 광고를 받는다. 〈경향신문〉은 50억 원 안팎의 광고를 받지만, 신문사 규모를 감안하면 삼성 광고가 신문사 운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크다.

〈경향신문〉이 이런 압박에 굴복한 것에 대한 비판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김상봉 교수나 일부 네티즌들은 이럴 때일수록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구독료를 올리거나 구독을 늘려 이들이 이런 압력에서 벗어나게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언론사 스스로 광고주 압력에 굴복할 때 독자들의 후원은 한계에 부닥칠 수 있다.

〈레프트21〉이 정부 지원은 물론이고, 기업 광고도 받지 않고 구독료와 독자 후원으로 신문을 발행하는 것은 이런 압력에 타협하지 않기 위해서다.

지금 〈경향신문〉의 젊은 기자들은 “삼성과의 불화는 한국 사회에서 언론이 존재해야 할 첫 번째 이유”라며 편집국에 반발하고 있다.

삼성 재벌의 압력에 당당히 맞서려는 이들의 투쟁에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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