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수 씨는 〈레프트21〉 25호 독자편지에서 이현주 기자가 남·북한 인권의 차이를 간과했고, 이것이 오류라고 비판했다.
주연수 씨의 지적에는 공감할 만한 측면이 있다. 분명, 남한과 북한에서 노동자들이 누릴 수 있는 시민적 권리는 다르다. 예컨대, 북한에는 민주노총 같은 국가로부터 독립적인 노동조합이 없고, 〈레프트21〉 같은 신문을 읽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붙들려 갈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부분적 진실만을 말할 따름이다. 부분적 진실만으로 실천 방향을 올바르게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 우리는 여기에 덧붙여 몇 가지를 더 검토해야 한다.
우선 남한 체제가 북한 체제보다 질적으로 우월하다고 봐선 안 된다. 그랬다간 일부 좌파들이나, 뉴라이트처럼 남한 국가와 북한 국가 사이에서 남한을 편드는 우를 범할지 모른다.
지난 20여 년간 남한의 민주주의가 진전됐다 할지라도, 여전히 한 줌의 자본가·국가관료·정치인 들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계급사회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 관점에서 북한도 남한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사적 자본가 대신 국가관료가 집합적 자본가로서 축적을 위해 노동자 계급을 착취하고, 이를 유지하고자 강제력을 독점 사용해 피억압 대중을 감시·억압한다.
따라서 억압의 본질과 그 동학이 유사함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이현주 기자가 북한의 억압과 남한의 그것을 비교한 게 오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필자 같은 양심수의 처지에서 보면 그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따라서 우리는 추호의 타협 없이 남한 우익들의 북한 인권 공세를 비판하고, 남한·미국의 대북 압박 등에도 단호히 반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