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트21〉 25호를 구경하던 내 동생이 자신의 모교인 카이스트(KAIST)에서 벌어진 일을 전해 줬다.
카이스트 학부 총학생회는 지난해에 등록금 인하를 내걸고 당선했으며 3월 3일~4일 등록금 인하나 폐지를 요구하는 학생 총투표를 실시한다. 서남표 총장이 부임한 이래 계속된 학내 민주주의 탄압과 등록금 폭등 때문에 학생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서남표 총장은 MIT 기계공학과 학과장을 10년 이상 역임하면서 학과를 ‘혁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총장으로 부임했다. 그러나 그가 총장으로 부임해서 한 ‘혁신’은 대학에 시장 논리를 도입하고 학내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것이었다. 내 동생은 “총장이 대학에 자본주의를 도입하려 한다”면서 불쾌감을 나타냈다.
카이스트는 원래 국가보조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등록금은 없었고 소액 기성회비만 있었다. 그런데 서남표 총장은 학칙을 개정해 등록금을 신설했고, 그 금액은 한 학기당 최고 7백50만 원에 이르렀다. 계절학기 수강료도 다섯 곱절로 인상했다. 학생들이 반발에 나설 것을 우려했는지, 학교 당국은 총학생회 선거 후보가 4년 만에 졸업하지 않았다는 것을 빌미로 선거를 무산시켰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내용을 폭로하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학생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카이스트판 미네르바 사건’).
지금도 학교 당국은 총장을 ‘총장님’이라고 부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총투표 게시물을 철거하는 등 만행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탄압을 뚫고 카이스트 학생들의 총투표가 성사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