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가 총투표를 통해 규약을 개정했다.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고, ‘정치적 지위 향상’과 ‘강령’ 문구를 삭제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공무원노조 지도부는 이번 규약 개정이 어디까지나 설립신고를 위한 ‘실무용’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규약 개정은 불필요한 후퇴였다.
총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조합원들조차 고심을 거듭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규약이 개정되면 해임 통보를 받은 양성윤 위원장이 조합원 자격을 잃을 수도 있는 데다가, 정부의 탄압에 굴복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정부의 탄압과 공격에 맞서 자신감 있게 대응하려면 정당성에 대한 확신이 중요하다. 그래서 ‘다함께 공무원모임’ 등의 활동가들은 이번 총투표에서 반대를 선동하며 반대표를 찍었다.
정부는 탄압을 통해 공무원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꺾고, 정치 행동을 머뭇거리게 하고 싶어 한다. 노조의 힘을 빼고 저항을 억누르면서 경제 위기의 고통을 전가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부는 지난해 말 두 차례나 설립신고를 반려하며 노조에 후퇴를 강요했다. 이명박 정부는 사실상 노조 설립 권리를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꿨고, 노조 간부들을 해임했다.
노조가 정부의 요구대로 설립신고 요건을 갖추려는데도 행안부는 탄압을 멈추지 않았다. 곳곳에서 행안부 직원들과 경찰이 노조 사무실에 난입하고, 투표를 방해했다.
이런 비열한 탄압은 이명박 정부가 형식적 설립 요건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공무원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을 보여 줬다. 적잖은 노조 간부들이 “절차상 문제는 없어 보인다”는 노동부 관계자의 말에 일말의 기대를 걸며, 규약을 개정하면 설립신고가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말이다.
실제로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노동부 관계자는 “조합원 자격을 갖지 못한 이들이 노조에[서] 실제 활동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재반려 가능성을 내비쳤다.
설사 설립신고가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정부는 탄압을 계속하며 민주노총 탈퇴 등 더 많은 후퇴를 강요할 것이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는 호랑이는 결국 우리를 잡아 먹으려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압박에 굴복해 불필요한 타협을 하기보다, 투쟁을 조직하는 데 힘을 집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된 3월 간부 결의대회와 5월 4만 조합원 총 집결 계획을 현실화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