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불안정성을 키우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노동자 연대〉 구독
이명박 정부 2년 동안 남북관계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국방부는 걸핏하면 북한의 핵시설을 선제 타격하겠다고 협박하고, 북한 당국은 이명박 정부더러 “역적”, “괴뢰 도당”이라고 비난하는 등 남북 당국 간 험한 말이 오갔다.
말뿐 아니라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남북 교류 차단, 로켓 발사와 핵 실험, 게다가 서해 교전도 벌어졌다. 집권 2년 동안 평화를 바라는 민중은 늘 불안에 떨었다.
애초 이명박 정부는 ‘실용주의’ 대북정책을 표방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에 친화적인 이념적 지향에 좌우됐다고 비판하며, 자신은 이념을 벗어난 유연한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이야말로 실용주의에 가까웠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정경분리 관점에 따라 한편에선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군사력을 증강함으로써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북한과의 교류와 인도적 지원도 늘렸다.
이런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은 동쪽에선 금강산 관광을 하고 서쪽에선 교전을 벌이는 식의 모순을 낳았고, 이런 모순 때문에 남북관계는 화해·협력의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없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와 같은 전임 정부 대북정책의 모순을 해소하겠다고 나섰다. 말로는 실용주의를 내세웠지만, 자신의 국내 정치적 기반을 의식해 오히려 더 일관된 대북 강경정책을 추진했다.
정경분리 관점을 폐기하고 인도적 지원이나 남북 교류의 전제 조건으로 선(先) 북핵 폐기를 내세웠다. 이 때문에 대북 지원과 남북 교류는 급격히 축소됐고, 북한 당국의 반발을 불러 긴장만 키웠다.
‘실용주의’?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남북관계는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에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미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북한이 남한 당국을 대하는 태도가 먼저 달라졌다.
이명박 정부도 조금씩 변했다. 북미 대화에서 주변화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저항과 반발에 밀린 ‘중도·실용’ 제스처의 일환으로, 북한과 대화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심지어 남북정상회담 연내 개최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는데, 이명박은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선 노동자 투쟁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정상회담을 이용하려 할 것이다(정상회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레프트21〉 25호에 실린 ‘남북정상회담을 어떻게 볼 것인가’ 기사를 참고하시오).
물론 남북관계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북미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변했다고 해도 여전히 불안정을 겪고 있고, 남한 주류 정치에서는 여전히 우파들이 강력하게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대북 강경정책을 완전히 버리지 않고 있다.
쌀과 비료 지원 문제는 “전략적 지원”이어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북핵 문제와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대북제재 해제 문제도 “개별 국가끼리 협의할 문제가 아니다” 하며 거절했다. 평화협정 체결 문제도 선(先) 비핵화를 고수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북 압박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은 6.1퍼센트, 이명박의 주특기인 ‘기다리기’ 전략을 지지하는 사람은 14.9퍼센트뿐이었다. 반면 남북정상회담은 87퍼센트가 지지했다.
이는 대북 강경정책이 바뀌기를 바라는 정서가 표현된 것이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흘리면서도 강경한 대북정책을 고수하는 등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정치적 이해득실 계산에 따라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는 앞으로도 불안정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이 근본에서 바뀔 수 있을까?
남북관계의 향방은 북미관계의 향방에 달렸으므로, 오바마에게서 힘을 빌려야 하는가? 그러나 북미관계가 단기적으로 유화 국면이긴 해도, 세계경제 위기 상황에서 최근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면서 미중 관계가 삐걱거리는 등 강대국 간 갈등이 낳는 불안정이 커지고 있고 북미관계는 여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오바마의 미국은 한반도 평화를 가로막는 장본인으로 돌변할 수 있다.
민주당과 반MB 전선을 맺어 ‘통일 지향 정권’을 수립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가?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민주당 또한 미국의 대북 압박을 거스르지 못했고 스스로 압박에 동조해, 한반도 평화를 가져다 주지 못했다.
진정한 한반도 평화의 동력은 강대국 간 경쟁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는 자본주의적 제국주의 체제를 변혁하려는 국제 노동 계급과 피억압 대중의 투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