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집권당의 분열이 정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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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이 심각하게 분열하고 있다. 친이계와 친박계가 세종시 문제를 놓고 살벌한 쟁투를 벌이고 있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그리고 그들의 대리인들이 상대방을 향해 주워 담긴 힘든 말을 너무 많이 내뱉고 있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강도론’을 놓고 날선 설전을 벌였고, 급기야 ‘막말’까지 나왔다.
정보기관이 박근혜를 뒷조사했다는 사실까지 폭로됐다. 정보기관이 진보 단체와 인사 들만이 아니라 집권당의 실세까지 사찰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위기 의식 정도를 짐작케 한다.
지금 한나라당은 함께 살자니 죽을 맛이고 갈라서자니 뒷감당이 안 되는 상황인 듯하다. 확실히 빠져 나오기 쉽지 않은 난관에 봉착했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이 돌이킬 수 없는 분당으로 향하게 되리라고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계속되는 두 분파의 타격전이 이명박 정부를 위험한 순간으로 내몰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집권당의 분열은 이명박 정부의 지배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가 대통령인지 모를 판’이라는 말까지 한다.
위기에 몰린 이명박 정부는 속죄양을 찾고 있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청소년을 공격하고 있다.
이명박은 중학교 졸업생들의 “알몸 졸업식”이 “충격”이라고 했다. 일부 청소년들의 행위를 사회의 도덕적 위기와 연결시키려는 것이다.
사람들이 ‘요즘’ 청소년들을 걱정하게 만들어 도덕성의 위기와 규율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려는 시도다.
이것은 당장에 청소년에 대한 억압을 강화하는 효과를 낼 것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는 좌파를 겨냥할 것이다. 우파들은 벌써부터 전교조가 무분별하게 인권과 민주주의를 주장해 학교를 혼란으로 몰아넣고 “문화”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비난한다.
이것이 노리는 바는, 일부 청소년들의 행위를 공격해 법과 도덕의 질서를 강력하게 다시 세우려는 것이다.
설날 연휴 동안에 경찰이 이주노동자 식당을 급습해 이주노동자들을 대거 연행해 간 것도 또 다른 속죄양 찾기다.
진보진영은 이명박 정부의 위기 탈출용 속죄양 삼기를 분명하게 반대해야 한다.
속죄양
이명박 정부는 집권당의 분열이 아래로부터의 저항과 지방선거의 패배를 부를까 봐 전전긍긍한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를 낙관하지 못한다.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 심판의 장이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민주노동당에 대한 탄압처럼 정치적 무리수를 둬 가면서까지 저항의 예봉을 꺾고 싶어 한다.
민주노동당이 단호하게 대응한 덕분에 정부의 1차 공격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정치 위기가 계속되고 있고 노동자 투쟁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순순히 물러설 것 같지는 않다.
정부가 이렇게 노동계급의 조직된 부문을 공격하는 것은, 이 정부가 강력하다는 뜻이 아니라 본격적인 계급 전투가 임박했다는 뜻이다.
정부와 기업주 언론들은 한국 경제가 회복하고 있다고 선전하지만, 지난 2월 ‘사실상 실업자 수’는 4백61만 명이다. 1997년 IMF 이후 최고치다.
게다가,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한진중공업과 금호타이어는 노동자들을 대규모로 해고하려 한다.
그러나 저항도 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대량 해고에 맞서 전면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금호타이어 노동자들도 투쟁의 액셀러레이터를 밟기 시작했다.
셰익스피어는 “인간사에는 항시 밀물과 썰물이 있으니 그 두개의 물 중에서 밀물을 타면 성공에 이른다”고 했다.
집권당이 심각한 불화를 겪는 지금, 진보진영은 이런 노동자 투쟁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 운동을 진지하게 건설할 필요가 있다.